온도탑 수은주 30도, 전국 평균 절반에 불과…30분간 기부자 '0명'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100도 달성 함께해요."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전북 전주의 중심인 고사동의 한 사거리에서 기부를 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주오거리문화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온도를 올리기 위한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직원들의 목소리였다.
직원들은 준비해온 손팻말을 들고 지나가는 시민이나 차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으나 목소리는 멀리 가지 못하고 끊겼다.
한낮에는 햇볕이 내리쫴 비교적 따뜻한 날씨였는데도 지나가던 시민들의 눈길은 차가웠기 때문이다.
목도리와 두꺼운 외투 등을 입은 시민들은 대부분 몸을 움츠린 채 사랑의 온도탑을 본체만체하며 바삐 걸음을 옮겼다.
사랑의열매 직원들은 경기 침체 여파와 비상계엄 등으로 올겨울 어려운 이웃을 돕는 나눔의 손길이 많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노진선 전북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 고물가, 비상계엄 등 사회적 혼란이 겹치면서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사랑의 온도탑은 공동모금회가 연말연시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매년 12월 1일부터 두 달간 진행하는 모금 캠페인이다.
올해 전북 목표액인 116억1천만원의 1%가 모일 때마다 나눔 온도가 1도씩 올라가는데, 전날 기준 전북의 온도탑 수은주는 30도로 전국 평균 67.3도에 비해 절반가량 낮다.
모금된 금액은 34억8천만원으로, 목표액의 30%가량만 채웠다.
같은 기간 기부 건수 역시 감소했다.
현금 기부 건수는 지난해 3천300건에서 2천923건으로 전년 대비 10%가량 감소했다.
캠페인은 ▲ ARS 기부(060-700-0606 건당 3천원)나 ▲ 문자 기부(#9004) ▲ 가까운 행정복지센터 방문 등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날 공동모금회는 노래 공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했지만, 30분 동안 기부에 참여한 시민은 한 명도 없었다.
올해 수능을 봤다는 김모 군은 "이곳을 가끔 지나다니는데도 사랑의 온도탑이 설치돼있는지도 몰랐고, 오늘도 앞만 보고 걸어갔다"며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성금 모금을 한 뒤로 기부에 참여해본 적은 없다. 어려운 이웃들은 국가의 복지 혜택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기부에 적극 참여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사무처장은 "전북은 인구 대비 기초수급권자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라며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기부에 관심을 갖고 많이 참여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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