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김강률이 될 수는 없다…C등급 FA가 마주한 냉혹한 시장 상황
엑스포츠뉴스
입력 2024-12-21 18:46:35 수정 2024-12-21 18:46:35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KBO리그 FA 등급제는 2020 시즌 종료 후 처음으로 시행됐다. 이전까지는 FA 권리를 행사한 선수가 타 구단으로 이적할 경우 보상규정이 똑같았다. 전년도 연봉의 200%와 20인 외 보상선수 1명 혹은 전년도 연봉의 300%였다.

FA 등급제는 국가대표급 선수들과는 달리 FA 권리 행사가 쉽지 않은 선수들을 위해 도입됐다. 등급이 낮아질수록 보상 내용도 완화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구단들에게는 가성비 영입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다.

A등급은 최근 3년간 구단 연봉 순위에서 3위 이내이고, 최근 3년간 리그 전체 연봉 순위에서 30위 이내인 선수가 해당된다. 보상규정은 이전과 똑같이 적용됐다.

B등급은 최근 3년간 구단 연봉 순위에서 10위 이내이고, 최근 3년 간 전체 연봉 순위에서 60위 이내인 선수 중 A등급이 아닌 선수가 해당됐다. 재자격 FA도 첫 번째 FA 때 A 혹은 B등급이었다면 자동으로 B등급이 됐다. 보상 규정은 전년도 연봉의 100%와 25인 외 보상선수 1명이나 전년도 연봉의 200%다.

C등급은 최근 3년 간 구단 연봉 순위에서 11위 이하이거나, 전체 연봉 순위에서 61위 이하인 선수 또는 35세 이상 선수다. 첫 번째 FA에서 C등급을 받았거나 세 번째 FA 신청 선수도 C등급에 해당된다. 타 구단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는 없고 전년도 연봉의 150%의 보상금만 발생했다.



C등급의 경우 FA 권리 행사 시즌 성적이 좋으면서 자신을 찾는 구단이 존재한다면 만족할 수 있는 선에서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2021 시즌 종료 후에는 '국민거포' 박병호가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 KT 위즈로 3년 총액 30억원, 베테랑 포수 허도환이 KT 위즈에서 LG 트윈스로 2년 총액 4억원에 둥지를 옮겼다. 

2022 시즌 종료 후에는 C등급의 이동이 더 활발했다. 우완 이태양은 SSG 랜더스에서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면서 4년 총액 25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보상선수 없이 보상금 1억 8000만원만 발생하기 때문에 계약 규모가 커질 수 있었다.

베테랑 우완 원종현도 NC 다이노스에서 키움으로 이적하면서 4년 총액 25억원을 받았다. 베테랑 내야수 오선진도 삼성 라이온즈에서 한화 이글스로 1+1년, 총액 4억원에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2023 시즌 종료 후에도 C등급에서 수혜자가 나왔다. 베테랑 우완 임창민이 키움에서 삼성으로 이적, 2년 총액 8억원을 받았다. 올해도 김강률이 두산 베어스에서 LG로 떠나면서 3+1년, 총액 14억원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C등급 선수라고 해서 타 구단 이적, 원 소속팀 잔류 때 계약이 무조건 원활한 것도 아니었다. 당장 올해만 하더라도 C등급인 키움 투수 문성현, NC 외야수 김성욱, KIA 서건창은 아직까지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못했다. 세 선수 모두 원 소속구단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데다, 타 구단으로부터 뚜렷한 제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FA 등급제가 처음 시행된 2020 시즌 종료 후 스토브리그에서 A 구단 단장은 "C등급 선수라고 FA 계약이 무조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며 "C등급 선수 FA 영입은 최소 2년은 1군에서 한 자리를 꾸준히 뛸 수 있는 기량이 받쳐줘야 한다. 몸값도 합리적인 선이어야 하는데 이 두 가지를 다 충족하지 못한다면 선뜻 영입에 나서기 쉽지 않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역대 C등급 FA 중 타 구단으로 이적한 선수들은 대부분 선수의 당시 기량과 몸값, 영입 당시 팀 내 사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김강률의 경우 올해 불펜 보강을 노리는 팀들이라면 영입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구위, 성적을 보여줬다. 



B 구단 관계자는 "보상금이 낮고 보상 선수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팀 내 FA 시장에 나온 C등급 선수와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가 있고, 기량과 나이대까지 비슷하다면 굳이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설 필요성을 크게 못 느낀다"고 설명했다.

선수 입장에서 FA 권리 행사는 평생의 꿈이다. 다만 때로는 냉정한 판단이 뒤따라야 한다. 구단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면 무리하게 FA 시장에 뛰어드는 게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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