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다른 사안엔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토트넘이 주장 손흥민 거취와 관련해선 1년 가까이 차갑다.
손흥민은 '토트넘 충성'을 그토록 외치고 있지만 구단은 싸늘하다. 이런 가운데 손흥민이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과 인연을 맺을지 관심이 쏠린다.
단순한 농담이나 유머 수준이 아니다. 독일 언론은 손흥민의 뮌헨 입단 여부를 점점 '다큐'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느새 '배부른 돼지'가 된 뮌헨 측면 공격 라인에 손흥민이 족집게 과외 선생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손흥민이 현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와 재계약을 희망하고 있으나 아직 협상의 기미조차 보이질 않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ESPN에서 프리미어리그를 담당하는 제임스 올리 기자는 지난 19일(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 겨울이적시장을 앞두고 각 팀 동태를 살피면서 토트넘 소식도 전했다. "손흥민 재계약이 현재 토트넘이 당면한 이적시장 최고 이슈"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의 현 계약은 내년 6월에 끝난다. 토트넘이 1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갖고 있다. 영국 언론과 이적시장 전문가들은 토트넘이 이 옵션을 활성화할 것 같다고 6개월 전부터 주장했다.
영국 가디언, 데일리 텔레그래프, 이브닝 스탠더드가 연달아 보도했다. 이적시장 전문가인 파브리치오 로마노와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도 토트넘과 손흥민의 1년 동행 연장을 확신했다.
그런데 토트넘의 공식 발표는 없다.
올리는 손흥민의 생각을 토트넘이 받아주지 않는 것으로 해석했다. 토트넘은 일단 1년 연장 옵션 행사를 원하지만 손흥민은 활약상이 변함 없는 만큼 다년 재계약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3년 정도는 전성기를 더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 새 계약 핵심은 주장 손흥민에 관한 것"이라고 밝힌 올리는 "그의 계약은 이번 시즌 종료와 함께 끝나지만 토트넘은 1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약 논의)시간이 부족한 것은 해소 가능하다"고 했다.
토트넘이 느긋하고 냉정한 이유로 1년 연장 옵션의 존재를 꼽았다.
손흥민 생각은 다르다. 지금 계약을 내년 6월에 그대로 종료하고 다년 계약서를 다시 쓰자는 입장이다. 연봉보다는 계약기간에 초점을 두고 있다.
"32살 손흥민은 장기적인 거래를 성사시키길 희망한다"는 그는 "다만 아직까지 의미 있는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허벅지 뒤근육(햄스트링) 부상으로 두 차례 재활에 돌입하는 등 부침을 겪었으나 나름대로 준수한 실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13경기에 출전해 5골 6도움을 기록했다. 20일 리그컵 맨유전에선 후반 43분 코너킥을 그대로 꽂아넣는 환상적인 골을 터트리며 자신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렸다.
축구통계매체 데이터MB에 따른 이번 시즌 유럽 5대리그 전체 선수 키패스 전체 3위를 차지하는 등 기존 강점인 슛 외에 패스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는 것으로 전했다.
'이브닝 스탠더드'는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토트넘이 다년 계약안을 제시했으나 손흥민이 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토트넘이 이에 손흥민을 내년 여름 자유계약으로 잃을까봐 1년 연장 옵션 활성화 원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역시 핵심은 토트넘이 손흥민을 만족시킬 제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달 'TBR풋볼'은 토트넘이 이번 시즌 끝나면 손흥민과 결별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차라리 그렇게 되면 손흥민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이적료 없이 시장에 나가기 때문에 좋은 팀 고르기 편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렇게 되면 손흥민도 갈 길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
손흥민은 올가을부터 유럽 빅클럽 이적설에 휩싸여 있다.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PSG,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를 거쳐 최근엔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 갈 수도 있다는 관측을 받는 중이다.
여기에 손흥민과 토트넘에서 좋은 호흡을 선보였던 해리 케인의 발언이 결정타가 되고 있다.
뮌헨 구단 뉴스를 주로 다루는 '바바리안 풋볼 워크스'에 따르면 케인은 지난 15일 뮌헨 팬포럼에 나서 토트넘 선수 중 데려오고 싶은 한 명으로 손흥민을 지목했다.
독일 유력 타블로이드지 빌트도 이를 화제 삼으면서 좋은 영입이 될 거라는 생각을 전했다. 빌트는 "케인이 손흥민을 원한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이야기다"며 "막스 에베를 뮌헨 단장이 어떻게 생각할지 주목된다. 긍정적일 수 있다"고 했다.
독일 매체 '아벤트차이퉁(AZ)'은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자신의 간절한 소망을 기원하는 시기다. 케인은 구단의 스포츠 디렉터인 막스 에베를 단장에게 자신의 위시 리스트를 보냈다"며 케인의 손흥민 발언을 소개했다.
손흥민을 답변한 케인은 자세한 설명도 달았다.
케인은 "쏘니(손흥민)와의 관계는 훌륭하다. 우린 토트넘에서 좋은 파트너십을 맺었고 경기장 밖에서도 좋은 친구가 됐다"며 손흥민이 인성 면에서도 나무랄 곳이 없는 사람이란 점을 알렸다. 이어 "손흥민과 분데스리가에서 함께 뛴다면 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빌트는 케인 발언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꽤 가능한 이야기다. 케인과 손흥민이 분데스리가 뒤흔드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고 했다.
손흥민은 18살이던 2009년 독일로 축구 유학을 떠난 손흥민은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함부르크와 바이엘 레버쿠젠 등 분데스리가 두 곳의 성인팀에서 뛴 적이 있다. 어린 시절 독일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독일어도 능통하다.
뮌헨은 독일 국가대표인 레로이 자네와 세르주 그나브리, 그리고 프랑스 대표인 킹슬리 코망 등 3명의 윙어가 모두 부진에 빠져 고민이 크다. 3명 연봉이 모두 300억원 안팎이다.
연봉 180억원 손흥민이 생각날 만하다.
손흥민은 얼마 전 대리인을 통해 토트넘과의 대화가 계속 이뤄지고 있음을 알렸다.
하지만 올가을부터 거취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이번 시즌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전하는 중이다. 뮌헨은 독일 최고 명문 구단에 케인이라는 존재, 프리미어리그에서 자신과 볼을 다퉜던 월클 수비수 출신 뱅상 콤파니 감독 존재 때문에 이적하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꼽히는 구단이다.
손흥민 선택이 주목받게 됐다. 손흥민의 기량은 변함 없다. 토트넘이 주저하는 사이 손흥민의 인기를 더욱 치솟는 중이다. 팬들은 손흥민이 이제 토트넘 떠나 뮌헨 같은 곳에서 품질 높은 축구 계속 하길 원한다.
로드리고 벤탄쿠르 인종차별 징계, 크리스티안 로메로 재계약 등엔 발빠르게 나서는 토트넘이 손흥민 거취 만큼은 신경쓰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손흥민이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발롱도르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