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책에 따라 합작사와 기술 공유"…'부메랑'으로 돌아와
중국 시장의 빠른 전기차 전환도 악재
"외국차 업체들, 오만했다"
중국 시장의 빠른 전기차 전환도 악재
"외국차 업체들, 오만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한때 1위를 달리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최근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며, 여기에는 자국 기업을 우대하는 중국의 정책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오랫동안 중국 시장 1위를 놓고 독일 폭스바겐 등과 경쟁했던 GM이 올해 판매량 기준 16위로 밀려난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GM은 중국 사업 구조조정 및 그에 따른 합작투자사 자산 상각 처리로 총 50억 달러(약 7조원) 이상의 회계상 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이달 4일 공시했다.
합작법인은 2018년까지만 해도 차량 판매량이 한해 200만대에 달했으나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었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까지 차량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2.5% 급감한 37만대 수준에 그쳤다.
NYT는 중국 정부가 자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기술 확보를 위한 경우에만 GM을 비롯한 외국 자동차 회사를 허용했다고 짚었다.
외국 기업이 자국 업체와의 합작 형식으로만 중국에 진출하도록 허용하는데, 이를 통해 GM이 노하우를 현지 업체에 알려주게 됐고 결국 판매량에서 현지 업체에 추월당했다는 것이다.
또 중국 정부가 2008년부터 대형 수입차 등에 100% 이상 세금을 물리면서 GM이 일부 모델을 중국으로 수입하지 못했고, 보조금도 외국 기업들에 불리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내부 실책과 중국 시장의 빠른 전기차 전환도 GM에 악재였다.
NYT는 중국 정부가 일찌감치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 자료를 보면 중국의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비중이 1월 32.8%에서 지난달 52.3%로 급증했는데, GM은 상대적으로 전기차 경쟁에서 뒤처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GM은 2011년 당시 '쉐보레 볼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중국으로 들여오기로 했는데, 중국 정부는 GM이 합작사인 상하이자동차(SAIC)에 전기차 기술을 이전하기로 합의하지 않으면 차량당 최대 1만9천여 달러(약 2천796만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당시 미 의회는 GM에 정부 예산이 들어간 기술을 중국에 넘기지 말 것을 압박했고, GM은 결국 쉐보레 볼트가 아닌 다른 전기차 기술을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쉐보레 볼트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못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었다.
폭스바겐·포드 등 경쟁사들은 GM이 합작사와 너무 많은 선진 기술을 공유한다고 오랫동안 우려해왔고 GM도 중국 시장에 더 신중히 접근하게 됐다.
GM과 SAIC 합작사는 중국에서 저사양 기술을 활용해 많은 차를 만들었는데, SAIC는 GM과 협력 경험이 있는 중국인 엔지니어들에게 자체 모델을 개발하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SAIC 차량은 후일 GM·SAIC 합작사 모델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게 됐다.
GM은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개선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에서 팔린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80% 이상이 중국산인 만큼 외국 업체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크라이슬러 임원을 지낸 빌 루소는 "중국 기업들의 혁신 수용 능력과 관련, GM만이 아니라 모든 외국 자동차업체가 오만한 태도를 취한 바 있다"고 말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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