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양 시집 '기대 없는 토요일'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당신은 나의 모든 전말이다 = 고영 지음.
"그제는 수선화를 심었다 하루 만에 꽃이 피기를 기대했지만 하루 만에 피는 꽃은 없었다 성급한 건 나 자신일 뿐, 꽃은 성급하지 않았다 질서를 아는 꽃이 미워져서 어제 또 수선화를 심었다 (중략) // 한 사람을 가슴에 묻었다 / 그 사람은 하루 만에 꽃이 되어 돌아왔다" (고영 시 '당신은 나의 모든 전말이다'에서)
하루 만에 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화자는 성급하지만, 이와 달리 꽃은 성급하지 않고 질서를 안다. 그렇다면 화자의 가슴에 묻힌 지 하루 만에 꽃이 된 사람은 성급하고 질서를 몰랐던 것일까.
2003년 등단한 고영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당신은 나의 모든 전말이다'는 시인이 한 사람을 떠나보내며 마지막까지 함께한 투병기이자 영원히 이별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의 기록이다.
사별의 슬픔을 달래고 위로하는 시 43편이 실렸다.
"너라는 거처에서 나는 행복했고 / 너라는 안식을 얻어 나는 더 괜찮아졌으니 // 그것으로 되었다"(시 '우리에게'에서)
문학의전당. 108쪽.
▲ 기대 없는 토요일 = 윤지양 지음.
"그러므로 이것은 시가 / 또한 아니다. 막 젖힌 커튼 앞에서 / 눈이 부시지 않다."(윤지양 시 '소설' 에서)
올해 제43회 김수영문학상을 받은 윤지양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김수영문학상 수상 대표작인 '소설'을 비롯한 58편의 시가 수록됐다.
형식을 과감하게 파괴한 시들이 눈길을 끈다. '후지라멘왕'은 메뉴판과 함께 적힌 "주방은 전쟁터야"라는 글이 시의 전부이고, '소원'은 화면에 나열된 각주로만 구성된 시다.
윤지양의 시들은 "'시적인 것'에 대한 자기 확신을 좇기보다 도전을 택하는 과감함이 독보적인 장점"이라고 평가받았다.
민음사. 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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