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주의에 맞선 레닌의 투쟁
▲ 시간 불평등 = 가이 스탠딩 지음. 안효상 옮김.
세계적인 노동경제학자인 영국 런던 소아스(SOAS) 대학 연구교수 가이 스탠딩이 부의 분배만큼이나 불평등한 시간의 분배에 관해 거침없이 자문하고 자답한 책이다.
책은 개인의 시간을 통치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꿰뚫어 보고, 그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담하고 구체적인 전략까지 망라했다.
'시간의 불평등이야말로 모든 불평등 가운데 최악'이라고 강변하는 저자는 일할 권리가 아니라 일하지 않을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고통스럽고 힘든 활동인 '노동'과 사회구조와 공동체 유대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일'의 구별을 강조하며, 노동이 우리의 시간에 필수적이거나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상기시킨다.
그러면서 현대인들이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 역사적 맥락을 추적한다.
저자는 산업혁명으로 시간은 자원과 생산수단을 독점한 소수에게 유리하도록 재구성됐고, 대중은 장시간 노동에 익숙해졌다고 분석한다.
또 노동에 잠식당한 시간의 이면에는 노동주의에 매몰된 좌파들의 실책도 자리한다고 진단한다.
자유롭지 않은 노동으로부터 해방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의 정당한 분배와 보편적 복지를 요구하는 데 그쳐 소수의 부를 위해 다수의 시간이 희생되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 일조했다고 지적한다.
창비. 544쪽.
▲ 지명관일기1 = 지명관 지음. 서정완·고길미·서영혜·심재현 엮음.
"이것(일기)이 압수된다면 많은 동지들이 무서운 운명을 당할 것이 아닌가. 며칠 분씩 끝나는 대로 일본 친구들에게 보관을 부탁할 생각이다."
칼럼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으로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 지명관(1924∼2022년) 전 한림대 석좌교수가 1972년 일본으로 건너가 약 20년간 망명 생활을 하며 남긴 일기를 모아서 엮었다. 이번에 간행한 1권은 1974년 11월 1일부터 1976년 12월 29일까지 기록을 수록했다.
국내 정보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본에서 'TK생'(TK生)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지명관은 A4 사이즈 메모지에 만년필로 쓴 일기를 4등분으로 접어 여러 지인에게 분산해 맡겨놓았다. 1993년 귀국해 한림대 일본학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한 뒤 하나씩 회수해 모았다.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한국인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에 대한 고민을 글로 남겼다.
온화하면서도 분명하고 확고한 지명관의 성품을 일기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명출판. 549쪽.
▲ 스탈린주의에 맞선 레닌의 투쟁 = 블라디미르 레닌 지음. 최일붕 옮김.
책은 '레닌이 스탈린주의를 낳았다'는 명제가 날조됐다고 주장하면서 레닌이 생전 남긴 글들을 그 증거로 제시한다.
레닌이 뇌졸중으로 병석에서 죽어가며 구술한 글과 편지, 호소문을 엮었다. 또 레닌과 연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트로츠키의 글도 일부 포함했다.
스탈린과 그의 관료 집단에 맞서 필사적으로 저항한 원조 공산주의자들의 처참한 투쟁사를 레닌과 트로츠키의 생생한 글과 함께 만날 수 있다.
혁명의 변질에 맞서 싸우고 차별과 천대에 목소리를 낸 레닌의 진짜 모습을 통해 현대 공산주의 국가들이 얼마나 왜곡됐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책갈피. 288쪽.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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