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주년 기자간담회서 입장…"문학도 풍자·유머 있어야"
'1974년 시국선언' 염무웅 "방심 말고 민주주의 지켜야" 촉구
'1974년 시국선언' 염무웅 "방심 말고 민주주의 지켜야" 촉구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번 탄핵 촉구 집회에 나선 젊은이들의 재미있는 시위 문화를 보고 많은 것을 느꼈어요."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국작가회의의 산증인인 소설가 현기영(83)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순이 삼촌'을 쓴 현 작가는 2001∼2003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냈다.
13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열린 한국작가회의 50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현 작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망발과 망동이 공동체 문제에 관심이 없던 젊은이들의 의식을 일깨운 것 같다"며 "재미있는 문구의 시위 깃발 등으로 집회도 희화화하는 모습을 보고 엔터테인먼트 시대의 젊은이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젊은 세대의 등장에 맞춰 우리 문학도 사회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작가는 "책을 읽지 않고 문학이 도외시 되는 시대에 문학인들이 지금까지 좌절만 해왔다"며 "사회 문제에 너무 등한시한 풍조에서 벗어나 풍자와 유머, 익살을 품은 문학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04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낸 염무웅(82) 문학평론가도 말을 보탰다.
염 평론가는 "좋은 작품을 써서 정점에 이른 문학인도 자기만족에 빠지는 순간 추락이 시작된다"며 "민주주의도 비슷하다. 됐다 싶은 순간에 허물어지기 시작하니 한순간도 방심하지 말고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며 시민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이어 "1974년 시국선언 이후 50년이 지났지만, 한국작가회의는 그때의 정신을 지키며 남아 있다"면서 "우리 민족의 건강한 삶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조직으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염 평론가는 1974년 11월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에 맞서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소속 문학인 101명이 낸 시국선언문의 초안을 작성했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는 이후 한국작가회의가 탄생하는 초석이 됐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한국작가회의의 향후 활동 계획도 발표됐다. 14일 여의도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뒤 하야 또는 탄핵 소추 가결 때까지 지속적으로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또 문화예술계와 함께 '윤석열 퇴진 예술행동' 연대를 구성하고, 윤 대통령 탄핵안 투표에 불참한 국민의힘 해체 요구 운동도 이어갈 방침이다.
김대현 한국작가회의 비상대책위원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는 실질적,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헌·위법한 내란 행위이며 이에 가담한 자는 모두 공범"이라며 윤 대통령에 대해선 하야나 탄핵소추에 따른 즉각적인 직무정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국작가회의는 오는 22일 서울 성동구 소월아트홀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 예정이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한국작가회의 통합 시상식에 이어 회원들이 자기 작품에서 한 문장을 선택해 공개하는 '한국작가 308인의 308문장' 등의 행사가 진행된다.
한국작가회의 소속인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 속 문장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선택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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