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헌법도 정치적 권리 남용할 권한을 부여한다고 생각 안해"
반기문 다큐 '조용한 외교관' 뉴욕 상영회…유엔총장 활동 조명
반기문 다큐 '조용한 외교관' 뉴욕 상영회…유엔총장 활동 조명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주인공 삼은 다큐멘터리 '조용한 외교관'(The Quiet Diplomat) 상영회가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각국 외교관 및 유엔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조용한 외교관은 한국전쟁 당시 서울 외곽에서 피란민 생활을 한 반 전 총장의 유년 시절, 고교생 때 미국을 방문해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난 뒤 외교관의 꿈을 키우는 과정,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임한 10년간 활동 등을 담았다.
2021년 출간한 회고록 '반기문 결단의 시간들'을 바탕으로 미국의 영화제작자 찰리 라이언스가 2년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제작했다.
최종 편집본이 공개된 것은 이날 행사가 처음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뉴욕 SVA극장에서 열린 상영회 후 대담에서 격랑의 시기 유엔의 역할에 대해 "유엔은 인권을 지키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주된 책임을 가지고 있다"며 "때론 국민이 준 권한을 남용하는 지도자들과 맞서야 할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국가의 헌법도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거나 정치적 권리를 남용할 권한을 부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세계는 이에 침묵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재임 시절 유엔 개혁을 다짐했지만 근본적인 문제에는 손을 댈 수 없었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이 생각을 바꾸거나 또 다른 유엔을 창설하지 않는 이상 유엔에 대한 비판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상영회 후 기자와 만나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및 탄핵 정국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단축 용의가 있다고 얘기했고 여러 각오를 많이 한 것 같다. 이 문제를 오래 끌고 가면 안 되며 빨리 수습하는 게 나라 전체를 위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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