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지스타에서 엿본 K-게임사의 글로벌 시장 '공략법'은
연합뉴스
입력 2024-11-16 11:00:01 수정 2024-11-16 11:00:01


20주년 맞은 지스타 2024(부산=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지스타 2024 개막 첫날인 14일 오전 부산 벡스코(BEXCO) 현장에 전시장 개장을 앞두고 로고 조형물이 설치돼있다. 2024.11.14 jujuk@yna.co.kr

(부산=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매년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는 내년도 이후 한국 게임업계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이정표 같은 행사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지난 14일 개막한 지스타에 대형 B2C(기업-소비자 거래) 부스를 내고 관람객들에게 연말부터 내년 후까지 선보일 신작 게임을 시연했다.

오는 17일까지 벡스코(BEXCO)를 수놓은 수많은 출품작 사이에 담긴 국내 게임업계의 전략을 살펴봤다.

지스타2024 뜨거운 열기(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4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지스타는 17일까지 나흘간 B2C(기업-소비자 거래) 및 B2B(기업간 거래) 부스에서 국내외 게임 소비자들과 업계 관계자를 상대로 다양한 신작 게임과 정보기술(IT)을 소개한다. 2024.11.14 handbrother@yna.co.kr

◇ 신규 IP냐, 기존 시리즈 확장이냐…IP 고민하는 게임업계

가장 뚜렷하게 보인 트렌드는 게임 지식재산(IP)에 대한 고민이었다.

지스타 메인 스폰서인 넥슨은 올해 지스타에서 총 4종의 게임을 일반에 시연했다.

시연작 중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프로젝트 오버킬'은 넥슨의 대표작 '던전앤파이터' 세계관과 캐릭터를 기반으로 확장한 게임이다.

원작 '던전앤파이터'는 2D 기반의 온라인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이지만, '카잔'은 묵직한 타격감과 고퀄리티 3D 그래픽이 특징인 콘솔 게임이고 '오버킬'은 원작의 액션성을 3D 환경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넥슨의 이같은 출품작은 기존에 성공한 인기 자체 IP를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로 확장하는 넥슨의 성장 전략 '종적 확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오버킬' 메인 화면[넥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형 전시공간과 코스프레 모델을 앞세운 웹젠[069080]은 이번 지스타에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드래곤소드'와 서브컬처(일본 애니메이션풍) 수집형 게임 '테르비스'등 신규 IP 게임만 2종을 선보였다.

'뮤'와 'R2' 등 구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의 라인업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부스 시연작 '드래곤소드'는 3명의 캐릭터를 조합해 전투를 펼치는 게임으로, '원신'과 유사한 조작 시스템을 보여줬다.

적의 상태 이상을 유발한 다음 연계 스킬로 강력한 공격을 가하거나, 던전에서 퍼즐을 푸는 등 독창적인 요소도 포함돼있다.

웹젠의 '드래곤소드' 시연[촬영 김주환]

넷마블[251270]은 이와 정반대로 외부 IP 기반 게임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겠다는 전략을 앞으로도 가져가겠다고 천명했다.

넷마블은 올해 지스타에 자체 IP 기반 게임 '몬길: STAR DIVE'와 더불어 HBO의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소재로 만든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를 출품했다.

지난 14일 부스를 방문한 넷마블 창업자 방준혁 의장 역시 비(非)게임 IP를 게임을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 매체로 확장하는 '트랜스미디어' 전략을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의 '딩컴 투게더' 시연[촬영 김주환]

◇ 천편일률 모바일 MMORPG에서 탈피하는 K-게임

이번 지스타에서는 비슷비슷한 MMORPG 일변도에서 벗어나 그간 국내 게임업계가 잘 시도하지 않던 다양한 장르로의 확장도 돋보였다.

크래프톤[259960]은 지난 8월 유럽 게임쇼 게임스컴에서 시연해 전 세계 팬들의 주목을 받은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를 포함해 캐주얼 게임 '딩컴 투게더', 톱다운 슈팅 게임 '프로젝트 아크'를 공개했다.

이 중 '딩컴 투게더'는 한국 게임업계에서 보기 드문 생존 생활 시뮬레이션 장르다.

현장에서 체험해본 '딩컴 투게더'는 섬에서 나무를 베고 광석을 캐 마을을 만들고, 다양한 곤충을 채집하거나 다른 사람이 가꾼 섬에 놀러가는 등의 재미가 살아 있었다.

닌텐도의 '동물의 숲'을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한 캐릭터 디자인도 볼거리다.

건물을 짓거나 재료를 가공할 때는 일정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향후 정식 출시되면 이를 단축시켜 주는 아이템을 판매하는 수익모델(BM)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펄어비스[263750]는 대작 오픈월드 액션 RPG '붉은사막'을 이번 지스타에서 처음으로 국내 일반 관람객에게 시연했다.

'붉은사막'은 국내에서 보기 드물었던 싱글플레이 중심의 트리플A PC·콘솔 게임으로, 구체적인 출시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만큼 업계에서는 내년 출시를 예상하고 있다. 펄어비스가 2018년 '붉은사막' 개발에 착수한 지 7년만이다.

'붉은사막'은 평일에도 행사 시작 때부터 끝날 때까지 2시간 이상의 대기 줄이 형성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발할라 서바이벌' 시연[촬영 김주환]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발할라 서바이벌'을 시연했다. 2022년 혜성처럼 등장한 인디 게임 '뱀파이어 서바이버즈'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소위 '뱀서류' 게임으로, 자동으로 공격을 수행하는 캐릭터를 움직여 몰려드는 적을 물리치고 캐릭터를 강화해 나가는 장르다.

풀 3D 그래픽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간편한 조작감과 시원시원한 타격감이 주력으로, 이 회사가 만든 MMORPG인 '오딘: 발할라 라이징'에 비하면 누구나 짬짬이 가볍게 즐길 만한 작품이었다.

하이브[352820]의 게임·콘텐츠 자회사 하이브IM은 올해 지스타 참가사 중 유일하게 PC·모바일 MMORPG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을 중심으로 대형 부스를 구성했다.

하지만 '아키텍트' 시연 역시 기존 국내 MMORPG에서 찾기 힘든 자유로운 비행, 암벽 타기, 수영 같은 요소와 논타게팅 기반의 전투로 콘솔 게임에 가까운 새로운 게임성을 추구했다.

하이브IM의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 시연[촬영 김주환]

◇ 스팀, 최초로 지스타에 부스…사우디 오일머니도 합류

여전히 한국 게임업체 중심의 행사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해외 게임업체의 선전도 눈에 띄었다.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을 운영하는 미국 게임사 밸브는 올해 '지스타 인디 쇼케이스 2.0 갤럭시' 부스에 참여해 자사의 휴대용 게이밍 PC '스팀덱'을 홍보했다.

관람객들은 전시 공간에 놓인 스팀덱으로 자유롭게 다양한 PC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밸브 관계자들도 지스타 기간 열리는 콘퍼런스 'G-CON'에서 스팀덱 개발 과정과 스팀의 사업 전략을 소개해 업계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지스타 2024 현장의 PC 게임 플랫폼 '스팀' 로고[촬영 김주환]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하는 게임 테마의 신도시 프로젝트 키디야(Qiddiyah)도 이례적으로 지스타 제2전시장에 대형 부스를 내고 체험형 슈팅게임 '아웃포스트 오메가'를 선보였다.

스크린이 달린 총기 모양의 컨트롤러를 움직여 외계 곤충을 처치하는 게임으로, 지스타에서 보기 드문 테마파크형 게임이었다.

키디야 측은 인기 그룹 아이브(IVE) 멤버 장원영을 비롯해 QWER의 쵸단, 더보이즈의 영훈·Q 등 인기 연예인을 부스에 초청해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15일에는 파리 올림픽 사격 은메달리스트 김예지 선수가 방문하기도 했다.

키디야의 부스[촬영 김주환]

이밖에 중국 게임사 하이퍼그리프의 서브컬처 액션 게임 '명일방주: 엔드필드' 부스에도 게임 시연과 현장 이벤트에 많은 관람객이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juju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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