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티몬 달려온 고객 아우성…"환불자금 동났나"(종합2보)
연합뉴스
입력 2024-07-26 19:18:59 수정 2024-07-27 09:47:27
티몬 점거 이어 위메프도 재점거…수첩·메모·노트북 뒤지기도
어지럼증 호소·낙상자도 발생…'자금 수혈' 책임 구영배 대표는 깜깜


1777번째 이름 적는 티몬 피해자(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26일 피해자가 서울 강남구 티몬 입주 빌딩에서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번호를 적고 있다. 2024.7.26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강애란 박형빈 기자 = 큐텐그룹 산하 온라인쇼핑몰 티몬과 위메프가 26일 고객 환불을 진행했으나 사실상의 '영업 마비'로 카드 결제 취소가 막힌 상태에서 환불금 입금 속도가 따라주지 못해 불만이 폭주했다.

위메프 현장 환불 중단에 항의하는 고객들(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6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를 찾은 피해 고객 등이 온라인과 고객센터를 중심으로 환불 접수를 받겠다는 안내에 항의하며 건물 내부로 들어서고 있다. 2024.7.26 nowwego@yna.co.kr

이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입주 빌딩과 삼성동 위메프 입주 빌딩을 점거한 고객들은 "환불자금이 벌써 동난 것이냐"며 우려를 쏟아냈다.

특히 티몬 현장에서는 "자금 부족으로 1천명 이상의 환불은 어렵다"는 내용이 공지되자 일순간에 아수라장이 벌어졌고, 부상자도 발생했다.

고객들은 "머지포인트 사태 때도 사무실로 달려가 현장에서 먼저 기다린 사람만 결국 환불받았다"며 티몬·위메프에서 환불금 입금이 확인되지 않으면 자리를 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말을 앞두고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 몰려온 고객도 상당수다.

앞서 티몬·위메프는 고객 환불부터 진행하고, 소상공인·영세상공인 등의 미정산 대금을 순차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메프는 24일 밤부터 환불 요구 고객들에게 사무실을 점거당해 현장 환불을 먼저 시작했고, 티몬은 전날 밤 점거당한 뒤 이날 오전부터 현장 환불을 진행했다.

위메프는 이날 이른 오전까지 약 2천명에 대한 환불을 마친 뒤 현장 환불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보고 온라인 환불 접수로 단일화했다.

하지만 현장 접수 직원이 철수했음에도 위메프 고객 약 300명이 몰려와 자체적으로 리스트를 작성했다. 이들 중에는 전날 현장 접수를 했음에도 환불금을 받지 못한 70여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이날 오후 비어있는 위메프 사무실까지 진입했다. 티몬과 위메프 직원 모두 재택근무로 전환한 상태다.

성난 고객들은 위메프 사무실의 수첩과 메모·달력 등 직원 소지품을 뒤졌고, 켜져 있는 노트북 메신저로 직원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위메프 직원 명함을 찍어 휴대전화 번호도 공유했다.

이에 현장 대응을 하던 경찰이 "힘없는 (위메프) 직원에게 협박 전화나 문자를 하지 말라"고 당부하자 고객들이 "누구 편을 드느냐"고 소리치는 등 말싸움이 오갔다.

찢겨진 티몬 캐릭터(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26일 서울 강남구 티몬 입주 빌딩에는 찢긴 티몬 캐릭터가 놓여 있다. 2024.7.26 mon@yna.co.kr

이날 티몬 입주 빌딩에는 현장 환불 소식을 들은 고객 수천 명이 몰리면서 혼잡을 빚었다.

오후 5시 기준 현장 대기자는 2천500여명에 이른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이날 새벽 고객들에게 "유보금으로 30억∼40억원가량의 환불 자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측은 오후 4시께 "약 300명에게 준비된 유보금 10억원가량을 환불했다. 오늘은 자금 부족으로 1천명 이상 환불은 어렵다"고 공지했다.

대기 중인 고객들이 격렬히 반발하면서 현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권 본부장이 멱살을 잡히는 상황도 빚어졌다.

아울러 빌딩 옆 야외 주차장에서 접수 대기 중이던 여성 두 명이 잇달아 넘어지면서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오후 내린 소나기로 미끄러워진 바닥에서 넘어져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다중 밀집 상황에 장시간 대기하면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티몬·위메프 사태 파장이 커지면서 큐텐그룹 산하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 위시까지 자금 경색이 번질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큐텐이 지난 2월 현금 2천300억원을 주고 인수한 북미·유럽 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 위시에서 신발을 구매했다는 강모 씨는 "물건도 안 오고 환불해달라고 해도 환불도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백화점과 홈쇼핑 등은 티몬·위메프에 이어 인터파크커머스 등에서도 대금 미정산을 우려해 속속 철수하고 있다.


한편, 전날 티몬 본사 사무실에서는 이번 사태의 피해 규모를 대략 짐작게 하는 직원 메모가 발견돼 주목받았다.

메모에는 "5천억∼7천억원(티몬)+예상 1조원 이상"이라는 내용이 있다. 티몬의 미정산금만 5천억∼7천억원에 달하고 모회사인 큐텐과 위시, 위메프 등의 계열사까지 합하면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위메프와 티몬에서 보고한 미정산 금액이 1천600∼1천700억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메모의 "정상화 어려움 판단/기업 회생 고려"라고 적힌 부분도 눈길을 끈다. 회사 내부에서도 이미 회사 정상화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실제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채무 일부를 탕감받게 돼 최종적으로 거액을 정산받지 못하는 다수의 판매자가 생겨날 수 있다.

이 메모가 내부 회의 내용을 적은 것인지, 작성 직원의 생각을 담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메모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자 티몬 임직원 단체카톡방에 작성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혼자서 추정한 것일 뿐 근거 없는 내용'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대금 정산·환불 지연 사태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고 있지만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꼽힌 모회사 큐텐 창업자 구영배씨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구 대표가 사모펀드·벤처캐피탈·금융권 등을 통해 자금을 수혈하지 못하면 사재를 털어서라도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구 대표가 싱가포르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해외 출국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가 필요하단 말도 나온다.

lucho@yna.co.kr

aeran@yna.co.kr

binz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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