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오작동으로 북쪽에 3천발 쏠 뻔"…前특전사령관 회고록
연합뉴스
입력 2024-07-08 15:39:00 수정 2024-07-08 15:39:00
전인범 회고록 출간…"럼즈펠드 美국방 '전작권 빨리 가져가라'고 해"
"미, 반환기지 오염문제 갈등빚자 열쇠꾸러미 국방부 서문에 놓고 가버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회고록 출간[회고록 표지]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 이후 우리 군 레이더가 오작동하면서 북측지역에 포탄 3천발을 쏠 뻔한 아찔한 상황이 있었다고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이 8일 출간된 회고록을 통해 밝혔다.

전인범(65·육사 37기·예비역 육군중장) 전 사령관은 35년 간의 군 생활을 기록한 회고록 '보통장군 전인범'(블루픽 발간)에서 2015년 8월 발생한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이후 군 대비 태세 관련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제1군사령부 부사령관이던 전 전 사령관은 "고강도의 긴장 상태가 이어졌다. 한 번은 북한이 남쪽으로 포격한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계획대로라면 북한으로 3천발을 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장준규(육사 36기) 사령관은 즉각 포격을 명령하지 않고 확인을 지시했고, 확인 결과 레이더 오작동으로 밝혀졌다"며 "우리가 북쪽에 3천발을 쐈으면 어떻게 됐을까"라고 회상했다.

노무현 정부 때 전작권 환수 문제와 관련한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2004년부터 2005년까지 국방부 미국정책과장을 지낸 그는 자신의 미국 친구들이 전한 얘기라면서 "(당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저녁 만찬을 마치고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에게 전작권 얘기를 꺼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장관은 미국이 전작권을 전환하지 않겠다고 할 줄로 알고 계셨다고 한다"며 "그런데 럼즈펠드 장관은 한국 입장에 100% 동의하며 빨리 가져가라고 말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양국 장관의 만찬 시기가 구체적으로 적시되진 않았지만, 2005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3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회의 기간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2006년 초여름 청와대에서 전작권 관련 최종 회의가 있었고, 안보실장은 전작권을 회수하는 방침을 정하고 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보라고 했다"면서 "나는 미군은 전작권을 회수하면 연합사를 해체하겠다고 한다고 했다"고 회고했다.

전 전 사령관은 "(회의에서) 연합사가 해체되면 문제가 있느냐고 묻기에 연합사가 해체되면 작계5027이 없어지고 그에 따른 시차별 부대 전개 목록이 없어지므로 만약 전쟁이 나면 미군의 증원이 원활하지 않아 그 시간 동안 우리 국민들이 많이 죽을 수 있다고 했다"고 썼다.

주한미군기지 반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환경오염 치유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마찰과 관련한 이야기도 담았다.

그는 한국 입장을 이해한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은 타협을 제의했다가 럼즈펠드 장관에게 모욕적일 정도의 이야기까지 들었다며 "결국 미군 담당자가 반환할 기지의 열쇠 꾸러미를 국방부 서문 쪽에 놓고 가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분당 샘물교회 신도들이 반군 탈레반에 납치됐을 당시 상황도 기록했다.

전 전 사령관은 "작전이 장기화하자 인질 구조를 위한 군사 작전도 준비하기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이 임무를 위해 송영필 대령을 단장으로 4명의 장교가 증파되었다"며 "우리는 가용한 정보를 한국에 보내서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707부대는 격리지역 활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군 부대가 직접 출동한 인질 구출 군사작전은 실행되지 않았다.

그는 "시간이 지나자 협상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해 인질들을 풀어 주기로 했다는 연락이 왔고, 이 과정에서 탈레반에게 숙식비 명목으로 우리가 보상하는 돈도 있었다"며 "헬기로 돈을 수송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가능토록 조치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2016년 전역한 이후 동물자유연대 이사로 활동 중인 전 전 사령관은 "인생을 살면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어려운 길을 가는 이들에게 정말로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책을 냈다"고 출간 이유를 밝혔다.

three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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