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하고 상 받은 날…역주행에 회사 동료들 함께 참변(종합2보)
연합뉴스
입력 2024-07-02 17:31:11 수정 2024-07-02 18:45:25
은행 직원 4명·시청 직원 2명·주차요원 3명 사망…모두 30∼50대 남성
"자식 두고 어떻게 이렇게 가니" 백발 모친 통곡…유족·지인 비통


사고 현장에 붙어 있는 추모 글(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일 오전 지난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추모 글이 붙어 있다. 1일 밤 역주행하던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2024.7.2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저렇게 훌륭한 아들을 둔 부모는 얼마나 좋을까 그랬는데…."

2일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사망자 31세 윤모씨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선 유족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서울시청 세무과 직원인 윤씨의 사고 소식에 달려온 동료들은 빈소 밖에서 눈물을 훔치며 영정사진만 물끄러미 바라봤다.

4년가량 함께 일했다는 한 동료는 윤씨가 외고 등을 졸업한 인재였다고 전했다.

이 동료는 "2020년에 7급 공채로 들어온 직원인데 인품이 정말 좋았다. 고참들도 힘들다고 하는 일을 1년 정도 한 적이 있는데 항상 웃었고 힘들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정말 정말 착하고 애교도 많고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진도 얼마 안 남았는데…"라며 연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윤씨와 함께 시청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공무원 김남호(28) 씨는 조문을 마친 뒤 "(윤씨가) 선배였는데 밥도 사주시고 힘든 업무도 알려주시고, 많이 챙겨주셨다"고 기억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고가 난 장소는 시청뿐 아니라 은행 등 기업체 사무실 건물과 음식점 등 상가가 밀집한 곳이었기 때문에 사상자 대부분은 인근에서 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온 직장인들이었다.

윤씨 역시 시청 동료 2명과 함께 식사를 하고 나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의 일행이던 서울시청 청사운영팀장 김인병(52)씨도 사망했고, 다른 한 명은 경상을 입었다.

김씨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도 비통한 분위기였다. 사고 당일 김씨가 소속된 팀이 '이달의 우수팀'과 '동행매력협업상' 수상자로 선정됐고 김씨는 저녁 식사 뒤 시청으로 돌아가 남은 일을 하려다 변을 당했다.

김씨의 형은 "청사 관리가 워낙 바쁜 업무다 보니 보통 저녁 8∼9시쯤 퇴근하며 연락했었다"며 "그저 일밖에 모르던 동생이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시청역 교차로 대형교통사고로 도로 통제 중(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2024.7.2 dwise@yna.co.kr

시청 인근에서 직원 2명이 숨진 사건에 동료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시청 인트라넷에 올라온 사고 관련 소식에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댓글이 200여개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는 김모(31)씨는 "어젯밤 뉴스를 확인하고 잠을 설쳤는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매일 같이 점심을 사 먹는 회사 앞이라 더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한 시청 직원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황망하게 돌아가신 분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마음이 무겁다. 당장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턱 막힌다"고 썼다.

시청역 인근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 동료 사이였던 사망자 4명의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도 침통함으로 가득했다.

42세 박모씨와 54세 이모씨, 52세 이모씨, 52세 또 다른 이모씨 등 모두 4명으로, 이들 중 1명은 사고 당일 승진했으며 대부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사이로 알려졌다.

54세 이씨의 어머니는 "자식을 두고 어떻게 이렇게 가느냐"며 손자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백발의 어머니는 "거기가 어디라고 가. 너 거기가 어딘 줄 알고 가니. 내가 먼저 가야지 네가 먼저 가면 어떡해"라며 통곡해 눈물을 자아냈다.

이씨의 사촌동생은 "효자고 엄청 착한 사람이다. 이렇게 갈 사람이 아닌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52세 이씨의 유족은 이날 새벽 강원 춘천에서 급히 왔다고 했다. 유족에 따르면 이씨는 아들 1명과 딸 2명을 키우고 있다.

이씨의 삼촌이라는 유족은 "(이씨의) 부모가 일찍 돌아가셔서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우리가 아들처럼 키웠다"며 "너무 착하고 성실하게 살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영등포병원에 안치된 김모(30)씨 등 3명은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주차관리요원으로 함께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소속된 시설관리업체 관계자는 "어제 근무를 하고 개인적인 일로 세 분이 같이 퇴근해서 그쪽에서 개인적인 용무를 보고 식사한 다음에 사고가 난 걸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전날 오후 9시 27분께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덮치면서 9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모두 30∼50대 남성으로 6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완전히 파괴된 차량…서울시청역 인근 대형교통사고(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한 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70대 남성 운전자가 신호 대기하는 보행자들을 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상황 파악 중으로, 사상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4.7.1 dwise@yna.co.kr

(정윤주 장보인 김정진 홍준석 이율립 최원정 최윤선 기자)

bo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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