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전국대표자 비상회의…"의대증원·필수의료정책 강행시 끝까지 저항"
의대 교수들도 '연대 강화' 분위기…애꿎은 환자 피해 속출
정부, '신속한 사법처리' 대비…복지부에 검사 1명 파견
암병동·중환자실 입원자 줄고 '병동폐쇄' 소문 돌기도
의대 교수들도 '연대 강화' 분위기…애꿎은 환자 피해 속출
정부, '신속한 사법처리' 대비…복지부에 검사 1명 파견
암병동·중환자실 입원자 줄고 '병동폐쇄' 소문 돌기도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김잔디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대거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나면서 빚어진 '의료대란'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의료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남아있는 의사들의 피로가 누적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주말 응급실 운영은 축소됐고, 앞으로 수술과 진료 축소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5일 정부에서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을 강행할 경우 결단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해 환자들의 시름만 더욱 깊어지고 있다.
◇ "버티고 버티지만"…수술·진료 축소 폭 더 커져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은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후 수술과 진료 일정을 지속해서 축소하면서 남아있는 인력으로 간신히 '버티는' 중이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함께 수술을 '절반'까지 줄인 곳도 있지만, 상황이 계속 악화하면서 병원들은 매일 진료과별 여력을 확인해 점차 수술과 진료 축소 폭을 확대하고 있다.
심지어 암 환자의 수술이나 항암 치료가 연기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주말에는 외래 진료가 없고 응급수술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병동 자체에 큰 혼란은 없지만, 응급실은 주말과 평일 관계없이 24시간 돌아가는 터라 위중증 환자 위주로 수용하고 있다.
이날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은 뇌출혈 수술도 중환자실이나 마취과 지원 여부에 따라 부분적으로만 수용 가능하다고 공지했고, 성인 위장관 응급내시경이나 담낭담관질환 분야는 신규 환자를 아예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심근경색 재관류중재술 역시 인력 부족으로 인해 부분적으로만 응급 시술이 가능한 상태다. 안과 응급수술도 외래 접수가 가능한 경우에만 수용할 수 있다고 조건을 달았다.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의 업무 공백에 따라 이미 수술의 50%를 축소한 상태다. 이 병원 관계자는 "이미 절반 정도 줄여둬 (수술 축소가) 더 늘어날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전공의들의 근무 중단 첫 주에 수술을 30∼40% 축소했으나, 이제 40∼50% 조정하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도 성인의 경우 단순 봉합 진료는 불가능하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주말에는 응급수술 외에 예정된 수술이 없어 큰 변동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평일에 예정된 수술은 차츰 축소 폭을 늘려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전체 수술의 45∼50%를 줄이기로 했고, 서울성모병원은 진료과별 상황을 보고 결정할 방침이다.
일부 대형병원에서 특정 질환의 병동이 폐쇄됐다거나 중환자실이 문을 닫았다는 소문도 환자들 사이에 돌며 환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한 환자 카페에는 '서울대병원의 암병동이 폐쇄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진료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폐쇄 조치가 내려진 것은 아니다. 코로나 상황도 아니고 병동을 폐쇄할 리가 없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과 관련해서는 이 병원의 '암병원 중환자실이 잠정 폐쇄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병원 관계자는 "수술 일정을 연기하거나 응급실을 통한 중환자 입원이 감소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환자실이 문을 닫은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점차 진료와 수술 일정 조정 폭이 커지고 있다"며 "현장 의료진의 피로도가 적지 않은 수준이라, 인력 공백이 지속한다면 더 많은 진료와 수술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의협 "끝까지 저항"…의대 교수들 '중재' 움직임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전국 대표자 비상회의를 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한다면 전체 의료계가 적법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의결했다.
비대위는 이날 회의에서 향후 의료계 집단행동의 시작과 종료를 전 회원 투표로 결정할지를 묻는 등 투쟁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대표자는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이렇게 행동에 나서고 있는데, 개원가 선배들이 가만있어도 되겠나"고 말했다.
의협이 정부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한 가운데,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속한 대학병원과 의과대학 소속 교수들은 '중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가장 먼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가 정부와 만나 신속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고,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도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진행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호소문에서 "지난 금요일 저녁 차관님과 허심탄회한 대화 속에서 저는 정부가 이 사태의 합리적 해결을 원하고 있으며, 향후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최적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도 "현 의료 비상사태를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뿐만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의견을 보탰다.
다만 일부 교수들 사이에서 진료 현장을 떠나겠다는 '겸직 해제' 발언이 나오면서 사태의 향방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게 됐다.
대학병원 교수의 상당수는 대학에서 의대생을 가르치는 교수이면서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인 '겸직 교수' 신분이다. 이들이 더 이상 겸직하지 않고 학교 강의만 하는 걸 선택하는 방식으로 전공의들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정부, 응급실 운영상황 점검…"집단행동에 신속한 처벌"
정부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본부장 국무총리) 회의를 열고 비상진료대책 운영상황과 계획을 점검했다.
복지부는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 응급실의 24시간 운영상황을 점검·관리하고 있으며, 97개 공공보건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주말과 공휴일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과 관련해 검경 협력체계를 구축해 신속한 사법처리에 대비하고 있다. 법무부는 집단행동과 관련한 법률 자문을 하도록 보건복지부에 검사를 파견하기로 했다.
의사 집단행동의 대응 방안으로 법무부는 대한법률구조공단, 법률홈닥터, 마을변호사로 구성된 법률지원단을 통해 피해를 본 국민들에게 구제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전국 일선 검찰청도 검·경 협의회를 개최해 경찰과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전공의 집단사직·진료중단과 관련해 복지부는 의료계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집단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 등의 명령을 내린 상태다.
진료 중단이 확인된 전공의들에게는 업무개시(복귀)명령 후 불응 시 '의사면허 정지·취소' 등의 행정조치와 고발 조치를 할 예정이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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