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가 다르다! 배준호, 'EPL 강호' 브라이턴 상대로 '군계일학'…현지팬 극찬
엑스포츠뉴스
입력 2024-01-07 16:45:01 수정 2024-01-07 16:45:01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축구 미래 배준호가 프리미어리그 강팀을 상대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스토크 시티 팬들에게 다시 한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배준호는 7일(한국시간) 영국 스토크온트렌트에 위치한 bet365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과의 2023-24시즌 FA컵 3라운드(64강) 홈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자책골을 유도했지만 2-4로 역전패를 막지 못했다.

올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에서 24팀 중 19위에 위치한 스토크는 FA컵 첫 번째 경기부터 프리미어리그 중상위권 클럽인 브라이턴을 만났다. 브라이턴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6위를 차지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얻어 122년 만에 유럽대항전 진출에 성공했고, 올시즌도 7위에 위치해 상위권 클럽들을 위협 중이다.

지난달 29일에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와의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홈경기이자 2023년 최종전에서 4골을 터트리며 4-2 완승을 거둔 바 있다.



프리미어리그 강팀들도 경계를 늦추지 못하는 브라이턴은 이날 2부에 속한 스토크를 상대로 4골을 뽑아내며 32강 진출에 성공했다. 스토크는 FA컵 첫 번째 경기부터 패해 일찌감치 짐을 쌌지만 이날 선발로 나선 배준호가 브라이튼 상대로 인상적인 모습을 펼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배준호는 3-4-2-1 전형에서 세아드 하크샤바노비치와 함께 2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2선에서 활발히 움직이던 배준호는 전반 16분 상대의 자책골을 유도해 선제골을 만들어 내면서 팀에 리드를 안겼다.

우측에서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온 배준호는 라인 인근에서 컷백 패스를 시도했는데, 이 패스가 브라이턴 센터백 얀 폴 반 헤케 발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선제골이 터진 후 스토크 선수들은 자책골을 유도한 배준호에게 달려가 그를 둘러싸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스토크는 전반 추가시간 브라이턴 풀백 페르비스 에스투피냔한테 환상적인 중거리 골을 허용하며 전반전을 1-1로 마쳤다. 토트넘전에서도 엄청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던 에스투피냔은 스토크전에서도 원더골을 뽑아냈다.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동점을 만든 브라이턴은 후반 7분 클럽 주장 루이스 덩크의 헤더 역전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후 후반 17분 덩크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핸드볼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줬고, 이를 스토크 미드필더 루이스 베이커가 성공시키면서 다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팽팽한 2-2 상황이 이어진 가운데 브라이턴은 2골을 뽑아내며 스토크를 제압했다. 브라질 공격수 주앙 페드루가 후반 26분 헤더골을 터트리며 다시 앞서가는 골을 넣었고, 후반 35분 쐐기골을 넣으면서 멀티골을 달성했다.

결국 경기는 스토크의 2-4 역전패로 마무리되면서, 스토크는 FA컵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스토크가 FA컵을 일찍 마무리한 가운데 이날 선발 풀타임을 소화한 배준호는 프리미어리그 강팀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좋은 활약을 펼치는데 성공했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에 따르면, 이날 배준호는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는 동안 패스 성공률 89%(17/19), 드리블 성공률 50%(1/2), 리커버리 2회, 블락 1회, 지상 볼 경합 승률 50%(2/4) 등을 기록했다.



이날 스토크는 볼 점유율이 31%에 그쳤기에 배준호는 많은 터치를 가져가지 못했지만 2선에서 활박하게 움직이면서 스토크 지역지 '스토크센티널'로부터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베이커와 키야나 후버르, 바우터르 뷔르허르와 함께 팀 내 최고 평점인 7점을 받았다.

매체는 배준호에 대해 "도전을 건너뛰는 사랑스러운 발재간과 1~2개의 패스를 찔러주는 좋은 시야를 보여줬다"라고 호평했다.

2003년생 어린 미드필더 배준호는 지난해 8월 한국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에서 스토크시티로 전격 이적하면서 유럽 무대에 첫 발을 내밀었다. 스토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대전하나시티즌 미드필더 배준호를 미공개 이적료로 영입했다. 배준호는 우리와 4년 계약을 맺었고, 곧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훈련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배준호의 이적료는 공식 발표에서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부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200만 유로(약 28억원) 수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키 마틴 스토크 테크니컬 디렉터는 배준호 영입에 대해 "배준호는 올여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2023 U-20 월드컵에서 우리 스카우트 팀의 눈길을 사로잡은 신흥 유망주다. 우리는 영국과 유럽 이외 지역의 선수를 추적하며 네트워크를 넓혔는데, 이번 K리그 시즌 동안 배준호의 경기들을 추적했다. 그는 계속해사 자신의 기술적은 능력과 우리 팀에 어울리는 프로필을 보여줬다"라며 배준호를 지켜본 결과 그가 팀에 어울리는 선수였다고 밝혔다. 

이어 "배준호는 새로운 환경에 도착했기 때문에 적응 단계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그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가 구단과 영국 경기에 익숙해지면서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 특히 이번 이적을 마무리하기 위해 영입 및 축구 행정 부서에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배준호가 다른 관심 속에서도 다음 장을 이곳에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라며 배준호 영입에 구단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스토크는 현재 2부리그인 잉글랜드 챔피언십에 위치해 있지만, 지난 2017-18 시즌까지만 해도 프리미어리그에 있었던 팀이다. 과거 선 굵은 축구를 바탕으로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팀들까지 버거워하는 강한 경기력으로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스토크는 2018-19 시즌부터 6시즌 동안 아쉽게도 챔피언십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2022-23 시즌에도 챔피언십 16위에 머물며 승격과는 거리가 있었다. 배준호를 영입한 스토크는 한국의 유망한 자원을 데려오며 다시 한번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배준호도 입단 인터뷰를 통해 스토크에 합류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항상 영국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싶었기 때문에 이번에 꿈이 이뤄진 것이다. 이것은 나에게 단지 시작일 뿐이며, 스토크에서 길고 성공적인 경력을 쌓고 싶다. 잉글랜드로 이적하는 것은 경기장 안팎에서 적응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가능한 한 빨리 적응해 팀의 경기력에 도움을 주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유소년 시절 대구FC 유스팀과, 평택 진위 FC를 거친 배준호는 지난해 대전하나시티즌에 입단하며 프로 데뷔에 성공했다. 배준호는 입단과 동시에 K리그2에서 대전의 승격에 일조했고, 2023시즌에는 본격적으로 대전의 핵심 선수 중 한 명으로 활약했다. 

올 시즌에는 팀K리그에도 선발되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과의 올스타전에도 참가했다. 해당 경기 후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감독이 직접 배준호의 등번호를 언급하며 "수비 라인 사이에서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라고 평가해 경기 후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로 꼽기도 했다.

배준호가 본격적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2023 U-20 월드컵이었다. 당시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합류해 4강 진출이라는 엄청난 성과에 일조했고, U-20 월드컵을 기점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프랑스, 감비아, 온두라스와 함께 까다로운 조에 속한 김은중호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강호 프랑스를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1승 2무로 조 2위를 차지해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6강에선 남미 강호 에콰도르를 만나 짜릿한 3-2 승리를 거두더니 8강에서 나이지리아를 연장 혈투 끝에 물리쳤다. 4강에서 우승 후보 이탈리아에 아쉽게 1-2로 패한 김은중호는 3·4위전에서 이스라엘에 1-3으로 져 4위로 대회를 마쳤다.

대표팀은 예상외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는데 그 중에서 김은중호 'No.10' 배준호가 축구 팬들에게 큰 이상을 남겼다. 

월드컵 16강 에콰도르전에서 원더골을 터트리며 승리를 이끈 배준호는 이탈리아전에서도 화려한 드리블로 수비를 무너뜨리며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등 맹활약했다. 에콰도르와 16강전에서 수비와 골키퍼까지 완벽하게 따돌리며 넣은 멋들어진 골은 FIFA가 직접 선정한 대회 '베스트 골 톱 10'에 오르기도 했다.

3·4위전이 끝나고 카르미네 눈치아타 이탈리아 감독은 배준호를 콕 집어 "10번 선수(배준호)가 특히 훌륭했다. 뛰어난 선수였다"라고 칭찬까지 했다.



소속팀과 U-20 월드컵에서 보여준 활약상은 배준호를 유럽으로 이끌었다. 많은 유럽 클럽들이 배준호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배준호는 자신이 주전으로 활약하며 유럽 무대에서 꾸준하게 출전할 수 있는 팀인 스토크를 택하면서 대전을 떠나게 됐다. 

이제 막 유럽에 진출했기에 배준호가 과연 새로운 클럽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우려도 있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스토크 입단 후 배준호는 지금까지 21경기에 나와 1141분을 소화하면서 도움 2개를 올렸다. 이적 초반에 주로 교체로 많이 나왔던 배준호는 최근 4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면서 스토크에서 입지를 다져갔다.

특히 지난해 12월 배준호를 영입했던 알렉스 닐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전격 경질돼 사령탑이 바뀌었음에도, 배준호는 신임 사령탑 스티븐 슈마허 감독 밑에서도 중용되며 스토크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 중이다.

스토크 현지 팬들도 배준호의 재능과 활약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2일 스토크 평생 시즌권 보유자인 안젤라 스미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이 팬은 "배준호는 클래스가 달랐다"라고 말하면서 현지 팬들 사이에서 배준호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설명했다.



배준호가 현지에서도 인정을 받게 된 계기는 그의 성실한 태도와 도전 정신에서 비롯됐다. 스토크로부터 경질되기 전 닐 감독은 지난해 12월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 건너온 20세 청년이 있는데, 그는 언어도 잘 안 통하고 완전히 다른 문화에 적응하고 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라고 밝혔다.

그는 "많은 젊은 선수들이 경기 횟수가 많은 챔피언십에서 뛰는 걸 상당히 꺼리지만 배준호는 도전에 주저함도, 두려움도 없었다"라며 "난 배준호가 더 많은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배준호는 영어 수업을 하면서 현재 1~2단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더 나아질 것"이라며 "배준호가 어떻게 훈련을 받았는지 봤을 때 난 그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난 그가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스토크 SNS,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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