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겨울잠이 생물학적 노화 늦춰 장수 비결로 작용
연합뉴스
입력 2022-08-10 11:16:05 수정 2022-08-10 11:16:05
날개 조직 DNA 메틸화 비교…'후생적 시계' 4분의 3까지 늘려


수명이 약 19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큰갈색박쥐 [Brock and Sherri Fento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큰갈색박쥐는 수명이 약 19년에 달해 아주 긴 편인데, 이런 장수 비결에 동면이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 동면에 드는데 이 겨울잠이 생물학적 노화를 늦춰준다는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생물학 교수 제럴드 윌킨슨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큰갈색박쥐(Eptesicus fuscus)의 날개조직을 떼어내 분석한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캐나다 맥마스터대학이 연구용으로 포획한 생후 1년 미만에서 10년의 큰갈색박쥐 20마리에서 동면을 하는 겨울과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름 두 시기에 걸쳐 날개 조직의 시료를 채취해 DNA 메틸화 차이를 비교했다.

DNA 메틸화는 다섯가지 염기 중 하나인 '사이토신'에 메틸기(-CH₃)가 추가되는 것으로, DNA 염기서열 변화 없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고 생장 및 발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후성유전학적(epigenetic) 메커니즘이다.

연구팀은 DNA 메틸화 비교를 통해 박쥐의 게놈에서 DNA 메틸화에 변화가 일어나는 영역을 포착했는데, 동면 중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부위인 것으로 분석됐다.

윌킬슨 교수는 "겨울에 DNA 메틸화가 줄어든 영역이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주 분명하다"면서 "인근 유전자 중 상당수가 대사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동면중) 대사율을 낮게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들 유전자 중 일부는 윌킨슨 교수팀이 앞선 연구에서 '장수 유전자'로 규명했던 것들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장수 유전자와 동면 유전자가 상당 부분 겹치는 것은 동면과 장수의 관계를 추가로 입증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또 앞선 연구에서 야생 박쥐의 생물학적 노화를 측정할 수 있는 '후생적 시계'를 개발했는데, 이번 연구에서도 이를 이용해 동면이 박쥐의 후생적 나이를 같은 나이의 비동면 종보다 줄인다는 점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큰갈색박쥐가 동면으로 후생적 시계를 연간 4분의 3까지 늘리는 것으로 제시했다.

윌킨슨 교수는 "박쥐 중 일부 종만 장수하는 이유에 관해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장수하는 종들이 모두 동면하거나 자주 기면(嗜眠) 상태에 드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면서 "이는 필연적인 결과로 보이지만 동면하는 설치류가 20년을 살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는 충분치는 않다"고 했다.

연구팀은 겨울잠을 자는 캐나다의 큰갈색박쥐와 동면을 하지 않는 플로리다주의 같은 종 박쥐의 후생적 나이를 비교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동면이 수명 연장에서 하는 역할이 더 분명히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인기순
최신순
불 타는 댓글 🔥

namu.news

ContáctenosOperado por umanle S.R.L.

REGLAS Y CONDICIONES DE USO Y POLÍTICA DE PRIVACIDAD

Hecho con <3 en Asunción, República del Paragu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