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사랑'으로 갚는 스승의 은혜…3대째 이어진 장학금 기부
연합뉴스
입력 2022-05-15 06:12:13 수정 2022-05-15 06:12:13
한국외대 원로 교수에서 재학생까지 '베풂' 가치 이어가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자신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제자를 하늘나라에서 보고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지난해 1억원 기부를 약정하며 매 학기 수백만 원씩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는 김봉철(46)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15일 스승인 고(故) 김동훈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3월 66세를 일기로 별세한 김동훈 교수는 1997년부터 2016년까지 20년에 걸쳐 총 6천540만원을 학교에 기탁했다.

루게릭병을 앓기 시작한 2007년께 이후에도 제자들을 향한 온정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주변에 생색을 내거나 제자들에게 아쉬운 소리 한번 한 적이 없었다고 김봉철 교수는 회고했다.

2004년 당시 김동훈 교수와 그의 제자 김봉철 교수의 모습 [김봉철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봉철 교수는 "교수님의 장학금을 받고 사회로 진출하거나 공부를 한 분들이 많았다"라며 "제가 런던에 유학 갔을 때도 손편지를 보내면서 '어려움을 잘 넘겼으면 좋겠다'고 격려해주시며 달러 지폐를 돌돌 말아 넣어주시기도 했다. 닮고 싶은 선배이자 따뜻한 사람이었다"고도 했다.

김동훈 교수는 김 교수에게 "내게 잘하려 하지 말고 너의 후배와 제자들에게 잘했으면 좋겠다"고 항상 당부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이런 게 내리사랑이구나 싶었다"고 했다.

두 사람 선행의 시작은 또 한 명의 스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김봉철 교수의 '할아버지 교수님'이자 김동훈 교수의 스승인 이균성(81) 한국외대 명예교수다.

1984년부터 2007년까지 법학을 가르친 이 명예교수 역시 재직 당시 총 1천780만원을 학교에 기부하며 많은 제자의 귀감이 됐다.

이 명예교수는 통화에서 "나는 크게 기여한 바 없고 제자들 덕을 크게 봤을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다만 "말로만 '모교와 제자를 위한다'고 해서는 안 되고 실제적인 희생이 있어야 한다"며 "시골에서 온 학생들은 등록금을 못 내 휴학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걸 돌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사제 간이 삭막해진 작금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선생과 학생도 계약 관계처럼 됐달까. 선생은 교육 서비스를 팔고 학생은 서비스를 받는 것처럼 세속적으로 돼버려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이 명예교수는 "초중고 교육이 오로지 대학에 가려는 시험을 위한 것으로 됐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해야 한다"며 "실무 교육은 사회에 나가서도 할 수 있다. 인간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철학이 어려운 학생을 돕는 장학금 기부로 이어졌고, 제자인 김동훈 교수와 '손자 제자'인 자신에게도 계승된 것이라고 김봉철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선생은 제자가 미래를 꿈꾸고 따뜻한 사람이 되도록 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며 "장학금을 전달하는 것도 그것을 위한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학생들도 자신의 후배와 제자들에게 다시 물려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나를 보며 '저 사람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가르침의 끝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올 3월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한 김봉철 교수(맨 왼쪽)와 송예진 학생(오른쪽에서 두번째) [한국외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행히 김 교수의 이러한 바람이 헛된 희망에 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장학금을 받은 국제학부 송예진(23) 학생은 "부모님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있어 생활비를 혼자 충당하기가 부담스러웠는데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다"며 "제게 정말 좋은 영향을 줬다. 저도 나중에 자리를 잡으면 교수님이 제게 해주신 것처럼 어려운 후배들에게 베풀고 싶다"고 말했다.

rbqls12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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