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회복 후 첫 어린이날…창신동 완구거리 2년 만에 '북적'
연합뉴스
입력 2022-05-01 07:00:02 수정 2022-05-01 07:00:02
상인들 "손톱만큼 회복 기대…옛 전성기는 찾기 어려울 것"


어린이날 앞두고 북적이는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촬영 오규진 수습기자]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오규진 기자 = "그래도 장난감 하면 딱 떠오르는 곳이죠. 대형마트에도 장난감이 많지만, 이곳에 오면 아이가 즐거워해요."

어린이날을 앞두고 창신동 문구완구 거리를 찾았다는 강서구 주민 이정재(38) 씨는 유모차를 탄 아들과 솜사탕을 먹으며 말했다. 주차 문제 때문에 이곳에 오는 것이 주저되기도 하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만큼 '대체 불가능'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각지 완구 시장에 장난감을 납품하고 소매도 하는 창신동 문구완구 거리의 대목은 1년에 두 번,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부모들 주머니 사정이 아쉬워지면서 연 2차례의 대목조차 사라졌다고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기대감이 싹트는 분위기다. 100주년 어린이날이자, 일상회복 후 처음 맞는 어린이날인 덕분이다. 물론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부모들의 주머니 사정이 바로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린이날을 챙겨주려는 부모들이 조금씩 이곳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지난 30일 오전 찾은 이곳에는 어린이날 선물을 사러 온 손님들로 활기가 돌았다. 상인들은 대목을 맞아 잔뜩 가져온 물건들을 길에 전시했고, 일부 점포는 가정의 달을 맞아 종이 카네이션을 가져다 놓기도 했다. 시장을 찾은 부모와 아이들은 가게 이곳저곳을 돌며 물건을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1982년부터 창신동에서 문구 도매점을 운영해온 이모(66) 씨는 "이곳이 시장보다 20~30% 저렴하고 품목도 다양하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토요일엔 사람이 조금 있는 편"이라며 "그동안 대목을 전혀 체감하지 못한 채 2년 반 공백기였는데 이번 어린이날은 그래도 손톱만큼 활기가 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학원들이 어린이날을 맞아 홍보용 문구류를 사 가고 있고, 종교단체들도 선물을 사가는 등 '큰손'들이 움직이고 있어 기대감이 조금 있다"고 덧붙였다.

어린이날 앞두고 북적이는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촬영 오규진 수습기자]

30년 넘게 문구 도매점을 운영한 김모(67) 씨도 "지금 대목이라 장사가 잘되는 편이다. 카네이션을 가져다 놨는데 그것도 조금 팔리는 편"이라고 했다.

점심을 앞둔 오전 11시께가 되자 가족 단위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최근 유행하는 '포켓몬 카드'를 찾는 아이들도 종종 있었다. 상인들은 창고에서 물건을 꺼내느라 분주했고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은 리어카를 몰고 다니며 장난감을 담은 폐박스를 수거했다.

하지만 활기가 도는 시장 분위기와 달리 상인들의 표정에는 여전히 그늘도 있었다.

그나마 장사가 좀 되는 편이라고 했던 김씨도 "전반적으로는 매출이 코로나19 전보다 10분의 1토막이 났다. 대부분 가게를 담보로 대출을 끼고 있어 가게를 접을 수도 없다"며 "매스컴에서 일상회복을 말하지만 우리 이야기는 아니다. 옛날 전성기만큼 올라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20년 넘게 장난감 도매점을 운영한 김모(61) 씨도 "평일에는 하루에 10만 원도 못 파는 날이 많아 월세 내기도 벅차다"며 "어린이날 대목이 끝나면 인파가 모두 사라질 것을 안다"고 한숨을 쉬었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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