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다큐멘터리 촬영 중 자신이 저질렀던 살인을 자백한 뒤 종신형을 선고받은 미국 뉴욕의 부동산 재벌 상속자 로버트 더스트(78)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AP통신과 미국 CNN 방송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더스트의 수석 변호사 딕 드게린은 이날 CNN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더스트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받았다고 통보받았다"며 "우리는 이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더스트가 언제 확진을 받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고, 1심 선고를 받은 지난 14일에도 건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드게린은 "더스트는 호흡곤란을 겪고 있었고, 말을 하기도 어려워 매우 걱정했다"고 덧붙였다.
드게린은 CNN에 더스트의 건강 상태나 행방에 대한 추가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하지만 LA타임스는 더스트가 병원에 입원해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다는 것을 드게린이 확인해 줬다고 보도했다.
또 드게린은 더스트의 법률팀 등 그와 밀접 접촉한 이들이 걱정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1심 법원은 지난 14일 살해 혐의를 받는 더스트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더스트는 뉴욕의 대형 부동산 회사 '더스트 오가니제이션' 설립자인 조지프 더스트의 손자이자 시모어 더스트의 아들이다.
그는 1982년 뉴욕에서 아내인 캐슬린 매코맥 더스트가 실종된 사건과 관련해 2000년 자신의 죄를 은폐하려고 친구인 수전 버먼(당시 55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더스트는 버먼뿐 아니라 1982년 실종된 아내 캐슬린(당시 29세), 2001년 텍사스주에서 도피 생활 중 자신의 신원을 알아낸 이웃 모리스 블랙까지 3명을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더스트는 이 중 블랙을 살해한 혐의로는 기소됐으나 정당방위를 인정받아 무죄 평결을 받았다. 하지만 아내 캐슬린 살해 혐의로는 지금껏 기소되지 않았다.
그는 오랫동안 법망을 피했으나 그의 삶과 범죄 행각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촬영 중에 나온 증거로 덜미가 잡혔다.
그는 인터뷰 촬영이 끝나고 화장실에서 마이크가 켜진 상태로 무심결에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물론 그들을 다 죽여버렸지"라고 혼잣말을 내뱉었고, 검찰은 이를 자백으로 봤다.
'더 징크스'란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는 2015년 HBO에서 방영됐으며 더스트는 마지막 편이 방영되기 전날 뉴올리언스의 호텔에 숨어 있다가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