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넘어질까'…미끄덩 골목이끼 벗겨낸 평범한 이웃
연합뉴스
입력 2021-09-28 16:52:22 수정 2021-09-28 16:52:22
광주 동구 동명동 거주 오현옥 씨 잔잔한 감동 전해


'어르신 넘어지면 어떡하나'…주민 손으로 골목 정비(광주=연합뉴스) 광주 동구는 이웃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골목 정비를 솔선수범한 주민이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고 28일 밝혔다. 동명동에 거주하는 오현옥 씨는 최근 잦은 비가 내리면서 비좁은 골목 경사로 바닥에 이끼가 끼자 어르신 낙상을 우려해 고압 분사기로 직접 환경정비에 나섰다. 사진은 오씨가 깨끗하고 걷기 좋은 길로 가꾼 골목의 이전(왼쪽)과 현재(오른쪽)의 모습. 2021.9.28 [광주 동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s@yna.co.kr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건강한 나도 걷기가 불편한데 어르신들이 미끄러져서 넘어지면 어떡하나.'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생각을 사려 깊은 배려로 실천한 평범한 이웃이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28일 광주 동구에 따르면 동명동에 거주하는 50대 회사원 오현옥 씨는 최근 이동식 고압 분사기를 끌고 굽이굽이 비탈을 오르내리며 골목의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냈다.

오씨는 가을 초입의 잦은 비에 바닥 전체가 이끼로 뒤덮인 골목에서 '미끄덩' 발을 헛디딜 뻔했다.

출퇴근 길에 마주쳤던 허리 굽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걱정을 떨쳐내지 못한 오씨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한 오씨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처럼 돌아온 대꾸에서 해법을 찾았다.

지인의 말대로 전문 청소업체를 찾아가니 강력한 물줄기를 분사하는 기기를 필요한 기간만큼 돈을 내고 빌려 쓸 수 있었다.

고압분사기 물줄기로 훑어내자 검녹색 이끼 덩어리가 떨어져 나간 자리마다 밝은 회색의 본디 골목 바닥이 드러났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휴일 낮에 골목을 청소하는 오씨를 지켜본 어르신들이 간식을 챙겨주거나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이름조차 모르고 평소 골목에서 지나쳤던 얼굴들이었다.

'농장다리'로 불렸던 동지교 주변의 가지처럼 뻗어나간 골목 전체가 네다섯 시간 청소 끝에 훤하게 보일 정도로 깨끗함을 되찾았다.

오씨는 이번에 얻은 경험을 밑바탕 삼아 마을공동체가 주도하는 골목 벽화 그리기 등 환경 개선 사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임택 동구청장은 "솔선수범을 통해 높은 시민 의식을 보여준 주민께 감사드린다"며 "우리 동구도 정겨운 골목을 만들어가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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