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2026] 바이브 코딩은 '욕심'이다!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6 사흘째인 18일 오전 첫 세션. 코딩이라곤 '헬로 월드'만 짜봤다는 넥슨코리아 김기진 기획자가 무대에 올라 한 문장으로 발표를 요약했다. 바이브 코딩(대화하듯 명령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욕심', 이른바 '향상심'이라 부른 것이다.
그가 욕심을 부어 만든 결과물은 'EL 월드맵 편집기'다. 가로세로 10㎞ 맵에 마을·도적 소굴·다층 던전을 핀으로 찍고, 마운트(탈것) 속도로 거리감을 재며, 플레이어 동선과 사망 지점까지 되돌려 보는 실시간 협업 도구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발표자는 그 출발점을 "웹으로 누구나 편집 가능한 가로세로 10㎞짜리 게임 월드맵 편집기"라는 한 줄 프롬프트로 소개했다. 핀에 제목과 설명을 붙이는 것, 딱 그 정도가 처음 요구의 전부였다.
그가 이 툴을 만들기 전 쓰던 방식은 파워포인트에 스크린샷을 붙이고 그 위에 화살표를 그리는 식이었다. 파일명은 '최종_최종_진짜최종.pptx'였다.
그 한 줄이 3개월간 200여 건의 커밋을 거치며 16384×16384 해상도, 4단계 줌 초해상도 32K, 2m 정확도 3D 맵으로 자랐다. 욕심이 한 단계씩 올라간 결과였다.
이 툴이 사용됐던 게임이 넥슨 빅게임본부의 오픈월드, 프로젝트 EL이다. 판타지 풍 GTA를 표방한 오픈월드 어드벤처로, 액스·테일즈 위버: 세컨드런을 총괄한 심기훈 디렉터가 제작을 이끌었다. 언리얼 엔진 5 기반에 스팀·플레이스테이션·엑스박스 출시를 목표로 했다. 다만 이 게임은 이미 멈춰 있다. 넥슨은 지난 5월 1분기 실적 서한에서 EL을 포함한 신작 3종의 개발 전면 취소를 확인했고, 발표자도 강연 도중 데이터 검증 프로그램을 만들던 중 프로젝트가 중단됐다고 직접 언급했다. 그런 만큼 이날 슬라이드는 진행 중인 신작의 청사진이 아니라, 멈춘 프로젝트가 남긴 화면들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화면들에는 외부에 공개된 적 없던 EL의 골격이 적잖이 담겨 있었다.
핀 분류만 봐도 게임의 결이 드러난다. 보스·광폭/단독 크리처, 큰/작은 마을, 목책 기지, 항구, 보물, 랜덤 인카운터, 월드 액티비티가 한 메뉴에 늘어서 있었다.
데이터 항목에는 승하차·훔치기·수배 해제가 찍혀 있었다. '판타지 풍 GTA'라는 표방 그대로, 탈것을 빼앗고 범죄를 저지르고 수배가 풀리는 식의 시스템이 설계 단위로 준비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던전은 별빛봉 2·3층(각 500×544m, 504×548m), 공신도 소굴 지하처럼 층별 실측 규모로 설계됐고, 도로에는 모노레일과 1·2차선이 구분돼 있었다.
퀘스트 경로는 초 단위로 짜여 있었다. 공연장 빠져나가기 16m·3초, 보호탑 무대로 이동 15m·2초 식이다. 네임드 '자크', 컷신, '얽힘통신' 같은 표기도 함께 보였다. 발표자는 내부 플레이테스트(FGT '미니 이그니션')에서 뽑은 동선·사망·점프·아이템 데이터를 이 툴에 끌어왔다고 했다.
게임과 같은 좌표계를 쓰는 툴이 그 데이터를 그대로 품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좌표는 실제 Z값을 따라 땅 위 정확한 높이에 박혔고, 2D 사진 지도와 3D 복셀 뷰를 단축키로 오갈 수 있었다.
성장이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동시 편집 중 핀이 사라지고, 고친 도로가 되돌아가는 문제가 속출했다. 알고 보니 5초마다 데이터를 통째로 덮어쓰는 구조 탓이었다.
해상도도 발목을 잡았다. 흐릿하다는 지적에 16K 초해상도를 도입했다.
정작 발표의 뼈대는 기술이 아니라 욕심이었다. 컨플루언스·노션에 흩어진 레벨 기획서 100장보다 작동하는 툴 하나가 더 직관적이었다는 것이다.
"작동만 하면 된다"였던 기준은 "불편하지만 않으면", 다시 "좀 더 예뻤으면"으로 올라갔다. 욕심이 한 칸씩 전진할 때마다 툴도 한 단계씩 자랐다.
그 반복의 뼈대는 단순했다. 문제 발견, 상황 검토, 수정 요청, 결과 확인. 이 네 단계를 끝없이 돌리는 것이 바이브 코딩의 핵심이라고 그는 짚었다.
그는 고성능 모델을 20배로 돌리든 에이전트를 30개씩 띄우든 기준점이 없으면 결과물은 천차만별이라며, 필요한 건 확실한 목표·명확한 기준·과도한 욕심 셋이라고 했다. 핵심은 한 번에 끝내는 프롬프트가 아니라 작게 쪼개 고치는 반복이며, 중요한 건 '어떻게'가 아니라 '왜'와 '지금 시도'라고 맺었다.
질의응답에선 실무 고민이 쏟아졌다. 프로토타입의 디테일 한계를 묻자 그는 디테일은 한계가 아니라 반복의 깊이 문제이며,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결과물로 밀고 기획서는 백업으로 두라고 답했다. 인디 개발팀 운영자의 토큰·최적화·대기 시간 질문엔, 토큰은 아끼는 게 아니라 쓰는 것(고성능 모델로 빠르게 끝내 시행착오를 줄이는 설계가 진짜 절약), 최적화는 도메인 지식과 현업 기술 검색이 필요, 코드는 잘게 쪼개고, 에이전트를 여러 개 돌리기보다 작업을 작게 나눠 하나씩 빠르게 반복하라(스위칭 비용)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