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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난 쿠바, 결국 중국식 사회주의 걷나…민간에 문호 개방

연합뉴스입력
약 200개 친시장 개혁대책 발표…국회 통해 법제화 확실시 공산당 일당 유지 속 부동산·금융까지 자본 수혈…체제 대전환
쿠바의 전력난 [로이터=연합뉴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18일(현지시간) 마누엘 마레로 쿠바 총리가 국회에서 발표한 친시장 개혁 패키지는 60여년 간 정통 사회주의와 국가 주도 계획경제를 고수해온 쿠바가 사실상 '중국·베트남식' 개혁·개방 노선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쿠바 총리는 이날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출석해 176개의 친시장 개혁 의제가 담긴 비상 경제 패키지를 발표했다. 민간 기업의 기회 확대, 가격 상한제 폐지, 국영 기업의 개혁과 자율성 강화, 추가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 조치, 금융시스템 현대화 등이 포함됐다.

또한 이번 조치는 쿠바 내 사영기업과 기업가들을 가로막던 관료주의적 규제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공산당이 이끄는 일당제 체제 특성상, 정부가 제출한 이번 제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조치는 체제의 이념적 기반인 공산주의 자체를 완전히 포기하는 시도는 아니다.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일당 독재'의 고삐를 바짝 쥐되, 경제적으로는 사유화와 시장 경제 체제를 전면 수용해 정권의 붕괴를 막겠다는 실리적 통치 전략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제[신화통신=연합뉴스]

쿠바 정권이 벤치마킹하겠다고 공언한 중국의 개혁·개방과 베트남의 '도이모이 노선'이 바로 이 같은 '사회주의 지향 시장경제'의 대표적 모델이다. 두 국가 모두 공산당 정권의 절대적인 권력 기반은 고수하면서 경제 체제만큼은 시장 개방 노선을 채택해 비약적 경제 발전을 이뤄냈다.

특히 쿠바가 이번 패키지에 담은 국영기업의 주식 및 지분 거래 전환, 금융 부문과 부동산 개발 시장의 민간 개방 등은 사회주의 경제의 근간인 '생산수단의 국가 독점'을 부정하는 파격적인 조치들이다.

아울러 사상 최초로 직원 100인 이상의 사기업 설립이 허용되고, 1인이 여러 개의 기업을 소유할 수 있게 한 점은 쿠바 경제의 판도를 바꿀 정책으로 손꼽힌다. 관광, 농업, 통화시장을 국내외 민간 투자자들에게 빗장을 풀기로 한 점도 눈길을 끈다.

그동안 극심한 전력난과 생필품 부족, 미국의 혹독한 제재 압박 속에서 민생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자, 혁명의 상징인 라울 카스트로 전 대통령(국가평의회 의장)과 미겔 디아스카넬 현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부 핵심 고위층이 결국 '바꿔야 할 것은 바꿔야 한다'며 시장 경제 수혈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식수를 옮기는 쿠바 시민[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압송 이후 미국의 집중적인 봉쇄와 포위에 정권 붕괴 직전에 내몰린 쿠바 공산당이 사회주의가 아닌 '국가 자본주의'로 방향을 튼 셈이다. 미국은 그간 석유를 포함한 물자 봉쇄 외에도 행정명령과 금융제재, 주변국에 대한 관세 압박 등 총체적 수단을 동원해 쿠바에 대한 압박 수위를 지속해서 높여왔다.

런던 기반의 쿠바 경제학자 다니엘 토랄바스는 AFP 통신에 이번 조치를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 이후 가장 심오한 경제 개혁 프로그램이자 국가 경제 개발 모델의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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