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같아요"…대학생들 몸과 마음의 허기 채워준 선재스님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낮 12시가 다가오자 도심 속 사찰인 서울 동대문구 연화사에 가방을 멘 대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공양간으로 향한 학생들은 입구에 놓인 선재스님의 사진과 오늘의 '점심공양' 메뉴를 보고 기대감에 눈을 반짝였다.
15일 연화사에서 열린 1학기 마지막 '청년밥심(心)' 행사엔 특별히 사찰음식 명장 선재 스님이 함께했다
청년밥심은 조계종이 대학생들의 밥값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학 인근 사찰에서 점심 공양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으로, 올해 1학기엔 연화사와 개운사, 상도선원 등 대학교 근처 서울 사찰 3곳이 참여했다.
연화사의 경우 사전 신청을 받아 매주 화요일 점심을 제공해왔다. 경희대, 한국외대 등 인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맛집'으로 소문난 데다 선재스님이 온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기말고사 중임에도 120명의 학생이 빼곡하게 공양간을 채웠다.

이날의 점심 메뉴는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2'에서 화제를 모은 당근국수를 비롯해 연잎밥, 두부짜글이, 죽순오이무침, 상추겉절이, 양배추흑임자무침, 애호박·가지전, 참외무침, 오이지부침, 김치에 후식 과일방아화채까지 다채롭게 구성됐다. 제철 재료를 가지고 "학생들이 건강해지고 마음도 맑아지는 음식"으로 메뉴를 짰다고 선재스님은 설명했다.
사찰음식에 대한 선재스님의 간단한 강의를 들은 후 음식을 받아 든 학생들은 자극적이지 않아 심심하게 느껴질 법도 한 사찰음식을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었다.
연화사 청년밥심을 자주 찾는다는 경희대 미디어학과 25학번 김규연 씨는 "부산에서 올라와 자취하고 있는데 여기에 오면 집밥같이 먹을 수 있어 좋다"며 "선재스님 팬이라 기말고사 마치자마자 뛰어왔다"고 말했다.
한국외대에서 공부 중인 브라질 유학생 헤나타 파라 씨는 "친구가 연화사에 오면 화요일마다 학생들에게 밥을 준다고 추천해줘서 처음 와봤는데, '흑백요리사'에서 본 선재스님이 계시다니 너무 운이 좋다"며 "사찰음식을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다. 너무 맛있다"고 웃음 지었다.

선재스님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2024년 청년밥심을 처음 시작할 때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선재스님의 지인인 경희대 교수가 '학생들이 식비가 없어 밥을 대충 먹는다'고 말한 것을 듣고 연화사 주지 묘장스님이 처음 시작했다.
묘장스님은 "언제 한번 학생 특강 후 절밥을 제공하니 학생들이 '엄마가 해주는 집밥 같다'고 했다. 정성이 많이 들어간 음식으로 학생들의 삶의 질도 높여주고 헛헛한 마음도 달래주자고 생각했다"며 "배만 부르게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허기짐도 채워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대학생들을 위한 청년밥심 사업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사회복지재단 이사장 도륜스님은 "청년밥심을 지방으로도 확대하려고 한다"며 "부산과 청주 사찰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어 2학기 때부터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선재스님은 "이번을 시작으로 작년 4월 출범한 사찰음식전법단을 통해 앞으로도 어린이, 청소년, 청년 등을 위한 건강한 밥상 나눔을 이어갈 것"이라며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대학생들에게 "밥과 김치로만 된 간단한 식사라도, 아침밥을 꼭 챙겨 먹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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