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종전] 드론, 현대戰 핵심으로…'세계최강' 괴롭힌 비대칭전력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107일간 치러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서 가장 주목받고 자주 등장한 무기체계는 드론(무인기)이었다.
5년째를 맞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효능이 입증된 드론은 이번 미·이란 전쟁을 통해 현대전의 판도를 뒤흔들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개전 이후 미군의 융단폭격에 이란은 상당한 타격을 입으면서도 끈질기게 버텼다. 그 원동력은 다양한 비대칭 전력, 특히 드론을 활용한 전술이 주효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바이럴 사브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이란이 미·이스라엘의 집중 폭격을 견뎌낸 뒤 생존을 위해 선택한 유일한 방식이 드론이었다"며 미국과의 정면 대결이 아닌 드론을 통한 비대칭적 접근이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우크라이나와 드론전(戰)을 벌이는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한 드론 강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는 이란제 샤헤드 자폭드론(단방향 일회성 드론)을 쓰고 있다.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자국의 샤헤드 드론을 중동의 미군기지, 석유시설, 민간건물 등에 날려 보내 톡톡한 전과를 올렸다.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망에 상당수 격추됐지만, 일단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면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단일 공격으로 미군 최다 사망자(6명)가 발생했던 지난 3월 쿠웨이트 공군기지에 대한 이란의 드론 습격이 대표적이었다. 이 공격에 허를 찔린 미국은 4년간 러시아를 상대로 실전 경험을 쌓은 우크라이나에 드론 요격 전문가 파견을 요청하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대당 1조원에 달하는 미군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E-3센트리가 공군기지에서 이란의 드론에 파괴됐으며, 미국대사관도 이란의 드론 공격에 노출됐다.
값싼 드론을 먼저 보내 방공망을 교란하고 상대의 방공무기를 소진시킨 뒤 탄도미사일로 공격하는 전술도 활용됐다.

이번 전쟁에서 드론이 특히 주목받은 이유는 높은 가성비와 생산력 때문이다. 국방예산과 군수시설 측면에서 미국에 상대가 되지 않는 이란이 드론에 기대 교전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다.
이란 샤헤드 드론은 1기당 생산비가 수천만원이다. 이를 패트리엇 미사일로 요격할 경우 미국은 매번 수십억원을 공중에 날려버린다. 어림잡아도 100대 1의 가성비다.
이란은 하루에 샤혜드 드론 400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알려진 바 있다. 미군은 전쟁 기간 이란의 드론 생산시설을 끊임없이 폭격했지만, 이를 빠른 시간 내 복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란이 가성비와 생산력에서 탄도미사일이나 요격미사일을 압도하는 드론을 통해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서 14일(현지시간) 체결된 미국과의 종전 합의에 협상력을 더해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은 공중에서뿐 아니라 해상에서도 드론(무인수상정·잠수정)을 활용해 미군을 괴롭혔다. 이번 전쟁의 최대 승부처였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는 해상드론 공격과 기뢰 부설이 일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군의 압도적 화력을 믿고 개전 초기 "전쟁이 금방 끝날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지만, 막상 이란이 드론과 기뢰 같은 비대칭 전력으로 우회하자 적잖이 당황했던 것으로 보인다.
드론 강국 우크라이나에서 '안티(對) 드론' 체계를 들여오는가 하면, 값비싼 패트리엇 대신 저렴한 단거리 방공 시스템 MADIS 같은 장비를 배치한 것이다. 기존에는 소해함에 의존하던 기뢰 제거에도 미군의 해상 드론이 동원됐다.
미군은 지난 8일 격추된 아파치 헬리콥터의 조종사들을 구조하는 데도 무인수상정을 투입했다. 해상 드론이 인명 수색·구조 임무를 성공한 첫 사례였다.

이처럼 전쟁에서 전력차를 좁힐 뿐 아니라 새로운 전술에 활용되는 수단으로 드론이 급부상하면서 공격·방어용 드론 개발 및 생산, 드론을 막기 위한 방공 시스템 도입 등이 안보의 핵심 요소로 주목받게 됐다.
바이럴 선임연구원은 미군에 "그물은 물론 레이저, 고출력 전자파, 전자전 설루션(재밍·스푸핑) 등 대드론 수단을 다양화"하는 한편 "미국·걸프국·우크라이나의 3자 대 드론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란이 드론으로 재미를 봤다면, 이번 전쟁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전장에서 활용됐다는 점이다. AI 개발과 활용에서 가장 앞서 있는 미국이 개전 초 이란을 압도했던 데도 AI가 한몫했다.
미국의 AI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의 시암 상카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3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이 AI가 중심적 역할을 한 첫번째 주요 전쟁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나중에 되돌아보며 이것이 기술, AI로 실제 주도되고 강화되며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최초의 대규모 전투 작전이었다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군이 이란 공습 첫 24시간 동안 1천여개의 표적을 타격하기 위해 팔란티어가 개발한 AI 기반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을 활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시스템은 인공위성과 각종 감시장비 등에서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실시간 표적 설정 등 전장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전이 없었던 미·이란 전쟁에선 등장하지 못했지만, 이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선보인 로봇까지 더해지면서 미래의 전장은 근현대 전쟁사를 뒤바꿨던 비행기와 탱크 대신 AI의 지원을 받는 드론과 로봇이 누비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zhe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