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도 엔씨도 크래프톤도... 다 서울을 만든다
서구 판타지와 중국풍 무협이 주류였던 게임 시장에서, 한국과 한반도를 무대로 한 신작이 쏟아지고 있다. 인디 한두 곳의 시도가 아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펄어비스 같은 대형 게임사가 전면에 나섰고, 글로벌 대작 콜오브듀티까지 한반도를 전장으로 끌어왔다. K-콘텐츠의 세계적 확산이 게임 개발 지형마저 바꾸는 양상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무대는 서울이다. 넥슨의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NAKWON: LAST PARADISE)는 종로 일대를 실사급으로 옮긴 좀비 익스트랙션 슈터(extraction shooter)다. 엔씨소프트 자회사 빅파이어 게임즈의 신더시티(CINDER CITY)는 21세기 현실의 서울과 23세기 미래가 공존하는 오픈월드 택티컬 슈터로, 코엑스와 봉은사를 3D 스캔으로 구현했다.
크래프톤의 인조이(inZOI)는 서울을 본뜬 가상 도시 도원을 무대로 한 인생 시뮬레이션이다. 1인 개발사 지노게임즈의 안녕서울: 이태원편은 종말이 6개월 남은 이태원을 도트 그래픽으로 담은 퍼즐 플랫포머로, 네오위즈가 퍼블리싱을 맡았다. 픽셀리안의 크로노 서울(Chrono Seoul)은 아포칼립스로 무너진 현대 서울을 무대로 한 턴테이블 덱빌딩 로그라이트로, 강남을 시작으로 경복궁까지 담을 예정이다. 종로와 강남, 이태원으로 무대가 도시 곳곳에 퍼졌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작품도 많다. 넥슨게임즈의 우치 더 웨이페어러(Woochi the Wayfarer)는 고전소설 전우치전을 모티프로 한 조선 판타지 액션 어드벤처다. 위메이드맥스 자회사 매드엔진의 프로젝트 탈(탈: 디 아케인 랜드)은 전통 탈과 설화를 재해석한 오픈월드 액션 RPG로 2027년 출시가 목표다. 대학생 7인 인디 팀 길드 스튜디오의 남모는 신라를 배경으로 한 2D 메트로배니아로 GIGDC 2024 기획부문 대학부 대상을 받았다. 조이시티는 임진왜란을 정면에서 다룬 모바일 MMORPG 임진왜란: 조선의 반격을 이순신 장군 탄신일인 2025년 4월 28일 출시했다. 펄어비스는 신작 도깨비(DokeV)에 솟대와 기와집, 해태상 같은 한국적 요소를 심었고, 라이브 서비스 중인 검은사막에도 조선을 모티프로 한 지역 아침의 나라를 더해 한국 색채를 넓혀 왔다.
판을 키운 건 글로벌 대작이다. 인피니티 워드의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4(Call of Duty: Modern Warfare IV)는 북한의 전면 침공으로 벌어지는 가상의 제2차 한국전쟁을 무대로 삼는다. 한국군 신병 박 이병의 시점에서 무너지는 전선과 반격을 따라가며, 시리즈 사상 한반도가 본 배경으로 등장하는 첫 작품이다. 한국어 더빙도 공식 지원하며 10월 23일 출시된다. 크래프톤 몬트리올 스튜디오의 프로젝트 윈드리스(Project Windless)는 이영도 작가의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를 원작으로, 동서양 미학을 융합한 세계를 그린다.
주목할 점은 이 흐름이 몇몇 화제작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로 좀비부터 한반도 전쟁까지, 대형 게임사와 인디, 해외 스튜디오가 한국이라는 무대를 두고 동시에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