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에볼라 발생' 민주콩고 입국금지 요구한 美…벨기에 "싫다"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벨기에가 월드컵 기간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콩고민주공화국(이하 민주콩고)에서 들어오는 여행객에 입국 금지 조치를 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프랑크 판덴브라우커 벨기에 보건장관은 10일(현지시간) 현지 라디오 방송 '라디오 1'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 이 문제와 관련된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기보다는 과학적인 조언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판덴브라우커 장관은 "과학적으로는 위기가 심각한 곳에서 조치를 취해야 하며, 현재로서는 어느 나라에도 입국 금지가 필요하다는 (과학적) 권고가 있지 않다"며 벨기에 정부는 에볼라 감염 국가의 출국지에서 검사와 통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증상이 있는 사람이 벨기에에 도착하면 즉시 격리될 것"이라며 벨기에 병원 2곳에 에볼라 감염자 수용 채비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판덴브라우커 장관의 이런 발언은 미국이 11일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에서 분산 개최되는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벨기에에 미국식 여행 제한 조치를 도입하라고 압박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이뤄진 것이다.
이와 관련, 빌 화이트 주벨기에 미국 대사는 민주콩고 여행객을 상대로 강력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할 것을 벨기에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아프리카 주재 유럽연합(EU) 외교관 등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선례를 따라 에볼라가 발생한 중앙아프리카 국가들을 최근 방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행 제한 조치를 시행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공식 문서를 유럽 국가들에 최근 발송했다고 전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는 또한 미국 수준의 강력한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 유럽 국가의 국민들을 상대로 미국 입국 제한 조치가 적용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고 한다.
벨기에는 과거 식민지였던 민주콩고의 수도 킨샤샤를 오가는 항공편을 매일 운항하는 등 민주콩고와 활발히 왕래하고 있다.
판덴브라우커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개발 협력과 의료 지원이 축소됐기에, 미국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며 "그들은 수백만 명의 생명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이뤄진 원조 삭감이 에볼라 발병의 탐지와 대응 역량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한편, 민주콩고에서는 에볼라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현재까지 확진자가 600명에 달하고, 사망자는 100명을 넘어섰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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