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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멱살 잡히는 느낌"…젠지 넘어 직장인도 "전화보다 카톡"

연합뉴스입력
"업무 통화 실수할까 부담"…'콜포비아' 확산 "AI 발달로 텍스트 편해져"…전문가들 "대화 복원 장 마련돼야"
유튜브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 '적수다' 캡처[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전화를 거는 게 때때로 폭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메시지는 내가 보고 싶을 때 선택해서 볼 수 있지만 전화는 다짜고짜 멱살을 잡고 '지금 이야기해'라고 말하는 느낌이 들어 부담스러워요."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을 쓴 80년대생 박상영 작가가 최근 구독자 수 199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의 '적수다' 코너에 출연해 한 말이다.

70년대생 가수 이적도 "문자는 정중하게 밖에서 '똑똑'하는 느낌이고 이메일은 1층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느낌"이라면서도 "전화는 '훅' 들어오는 느낌에 누가 내 방을 열려고 하는 것만 같다"고 공감을 표했다.

1020세대에 국한된 것으로 여겨지던 '콜포비아'(call phobia·전화 공포증) 현상이 30대 이상으로도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콜포비아는 전화 통화를 부담스럽거나 불편하게 느껴 기피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화보다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 등 메신저를 통한 소통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동안 콜포비아는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메신저 사용에 익숙해진 젠지(Z세대·1997∼2006년생)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여겨졌다.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천국'이 2024년 10월 Z세대 765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8%가 콜포비아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73.9%는 가장 선호하는 소통 방식으로 문자나 메시지 같은 텍스트 소통을 꼽았고, 전화 소통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11.4%에 그쳤다.

스마트폰 통화[연합뉴스TV 제공]

그러나 최근에는 전화 통화를 부담스러워하는 콜포비아가 세대를 불문하고 확산하는 분위기다.

엑스(X·옛 트위터)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회사에서 업무 전화가 점점 받기 싫어져서 이메일로 연락 달라고 답한다"라거나 "전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아서 먼저 문자로 통화 가능 여부를 묻는다" 등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8년 차 직장인 오모(35) 씨는 "업무 통화할 때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전화를 꺼리게 됐다"며 "즉각적으로 답해야 하는 전화보다 생각을 정리한 뒤 응답할 수 있는 문자나 이메일이 편해졌다"고 했다.

관공서에서 공보 업무를 하는 조모(40) 씨도 "예전에는 전화를 받으며 메모해 응답했는데 요새는 문의 사항을 들은 뒤 문자로 정리해 보내달라고 요청한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인공지능(AI)의 발달로 텍스트 기반 소통이 한층 편리해진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메신저 대화를 하기 전 AI에 대화 방식을 묻거나 답변 문구를 추천받는 이들도 늘고 있다. 스레드 등 소셜미디어(SNS)상에서는 '썸 탈 때 대화하는 법', '갈등 해결법' 등 상황별 맞춤형 대화를 유도하는 'AI 프롬프트'(명령어나 질문)가 공유되고 있다.

계엄과 탄핵을 거치면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한 점도 사회 전반의 대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념이 과도하게 경직되면서 관계 맺기 자체를 피곤해하거나, 나와 다른 생각을 포용하는 능력이 약화하고 있다"며 "메신저를 보내놓고 답장이 오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거나 대충 이모티콘으로 답장하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점점 대화하기 불편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가족이나 학교 등 공동체가 대화를 복원하는 학습의 장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콜포비아[연합뉴스 자료사진]

jung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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