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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게임사는 신작 대신 자사주를 태울까

게임와이입력
자사주 소각이 게임사 주가 부양으로 이어졌을까? /제미나이

 

최근 게임사의 자사주 소각 소식이 자주 들린다.

같은 자사주 소각도 회사마다 무게가 다르다. 지난 3월 SK가 5조 원 규모의 지주사 자사주를 태우기로 한 것은 상법 개정과 맞물린 지배구조 때문이다. 발행주식이 줄면 대주주 지분율이 자동으로 오르는 원리를 활용해, 경영권을 더 단단히 한 것이었다.

게임업계의 자사주 소각은 얘기가 달라진다. 경영권 분쟁도,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도 없다. 그런데도 소각 행렬이 이어진다. 연초 컴투스가 발행주식의 5.1%(64만6442주, 약 581억 원)를 태웠고, 6월에는 펄어비스가 창사 첫 배당과 함께 보유 자사주의 절반(140만3945주, 약 540억 원)을 소각하고 하반기 1000억 원 추가 매입까지 예고했다. 명분은 한결같다. 주주가치 제고다.

자기주식 소각이 주주환원의 정석인 것은 맞다. 유통주식 수가 줄면 주당순이익(EPS)이 올라가고, 회사가 제 주식을 사들여 없앤다는 것은 '지금 주가가 싸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신호가 주가를 실제로 끌어올리느냐다.

여기서 티쓰리를 봐야 한다. 최근 몇 년간 국내 게임사 가운데 자사주 소각에 가장 공을 들인 회사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여러 차례 매입과 소각을 반복했고, 올 2월에도 400만 주, 약 70억 원어치를 추가로 태웠다. 한동안 주가는 이 행보와 보조를 맞춰 우상향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티쓰리 주가는 52주 고점 3,795원에서 2,585원(6월 7일 기준)으로 3분의 1 가까이 주저앉았다. 그 사이 회사가 자사주를 덜 태운 것도 아니다. 소각이라는 수단과 주가라는 결과가 끝내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은 것이다.

업종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더욱 분명해진다. 게임주를 묶은 KODEX 게임산업 상장지수펀드(ETF)는 5,900원대까지 밀리며 52주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 개별 회사가 아무리 주식을 태워도, 시장이 게임 업종 자체에 매기는 가격표가 무거우면 주가는 눌린다. 자사주 소각은 분모(주식 수)를 줄이는 일이지, 분자(기업의 미래 이익)를 키우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사의 분자를 키우는 것은 결국 신작이다. 신작이 터지면 주가는 자사주 수백억 원어치 소각과 비교할 수 없는 폭으로 뛴다. 펄어비스가 그 증거다. '붉은사막'이 출시 26일 만에 500만 장을 넘기며 1분기 영업이익 2121억 원으로 흑자 전환한 뒤, 펄어비스는 비로소 곳간을 열었다. 벌어들인 것을 나누는 환원이다. 순서가 옳다. 흥행이 먼저고 소각이 나중이다.

거꾸로, 마땅히 돈을 쏟을 신작이 당장 보이지 않을 때 회사는 자사주를 만지작거리기 쉽다. 컴투스는 직전 분기 194억 원 영업손실을 안은 채 소각을 단행했다. 실적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주주가치 카드를 먼저 꺼낸 셈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순서와 우선순위의 문제다. 신작 공백기에 시장의 관심을 환기하고 주가 하단을 떠받치는 방어 카드로 소각을 쓰는 것이라면, 그것은 미덕이면서 동시에 '지금 보여줄 게 없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오해는 없어야 한다. 자사주 소각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줄어든 주식 수는 남은 주주의 몫을 키우고, 환원 의지는 장기 투자자를 붙든다. 다만 소각이 곧 주가 부양은 아니라는 사실을, 티쓰리의 주가와 게임주 ETF의 바닥권이 이미 보여줬다. 지금 게임사에 필요한 것은 자사주를 사 모을 실탄이 아니라 다음 게임에 투입할 실탄이다. 태운 자리에서 연기만 피어오를지, 새 게임이 솟아오를지가 진짜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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