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공식회의 없이 내부 전결로 투표용지 축소 인쇄 결정"(종합)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을 유권자의 60%에서 50%로 낮출 때 공식회의 없이 내부 2인의 전결만으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국민의힘 김승수·김민전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12월 10일 별도 회의 없이 사무총장 전결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에서 투표용지 인쇄 매수의 하한 기준을 기존 60%에서 50%로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달 24일에는 선거정책실장 전결로 '공직선거 절차 사무편람'도 같은 내용으로 개정했는데, 이때도 공식 회의는 없었다.
이러한 지침에 따라 송파구선관위는 잠실3·4동을 제외한 나머지 25개 동의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50%로 결정했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송파구의 투표율은 65.8%로 서울 평균인 63.6%보다도 2.2%포인트(p)가 높아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서초·성동·양천구에 이어 4번째였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 인쇄 매수의 하한 기준은 2009년 80%에서 2016년 70%, 2021년 60%로 줄어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전투표율 증가, 짧은 인쇄 시간으로 투표용지 인쇄소 확보의 어려움, 수백만장 투표용지 검수 및 보관의 어려움, 잔여 투표용지 분실 등의 우려에 따른 것이었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선거일에 투표율 대비 과도한 양의 투표용지를 인쇄할 경우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고도 부연했다.

그러나 투표용지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투표용지 부족 상황이 발생할 경우 업무처리 절차와 역할 분담 등 가이드라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선거별 일련번호 기재, 추가 교부 매수 기준, 배부 절차 등이 없어 신속하게 대응할 시간을 실기했다고 중앙선관위는 보고했다.
또한 6∼13명의 소수 인원으로 투표관리, 우편투표 접수, 개표관리 등 여러 업무를 짧은 시간에 처리한 탓에 사건 발생 즉시 보고가 이뤄지지 않는 등 상황 전파도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지적에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투표용지 수량 50%라는 선관위의 구속력 없는 지침이 이번 사태의 1차 원인"이라며 "투표용지 수량의 하한 근거와 투표용지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선관위의 신속한 의사결정 등 대응체계 구축을 명시하겠다"며 이른바 '참정권 침해 방지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에 따르면 현재까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곳은 전국 91개 투표소로, 서울 42곳, 경기 23곳, 인천 11곳, 대구 4곳, 부산 3곳, 울산·경남·전남 각 2곳, 충북·전북 각 1곳이었다.
투표용지 부족분도 처음에는 4천726장이라고 보고됐지만 전날 선관위가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실에 새로 제출한 자료에선 7천194장으로 늘었다.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에선 최대 105분간 투표가 중단됐고, 송파구 투표소 3곳은 투표 중단 시간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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