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핵심' 방첩사, 핵심 기능 내주고 역사 속으로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민선희 기자 = 군내 권력기관으로 군림하며 현대사의 고비마다 논란을 빚었던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정부가 10일 방첩사를 해체하고 수사·방첩·보안 기능을 서로 다른 기관으로 이전하는 개편안을 발표한 것은 그동안 여러 변화 시도에도 '기능의 과도한 집중'에 따른 권력기관화라는 본질적 문제는 계속됐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불법의 소지가 있는 임무를 원천 폐지하고 기능에 따라 조직을 재구성함으로써, 혹여 부당한 권력이 등장하더라도 방첩 기관을 정치적 도구화할 여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영욕의 방첩사…현대사 고비마다 정치개입 논란
안 장관은 이날 "과거 5·16 군사정변, 12·12 쿠데타, 5·17 계엄확대 및 5·18 광주 학살 등 현대사의 어두운 순간마다 우리 군의 방첩조직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권력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국군의 방첩을 책임지는 부대는 6·25전쟁을 전후해 생긴 육군 특무부대, 해군 방첩대, 공군 특별수사대 등 군별로 나뉘어 있다가 1977년 국군보안사령부가 창설되면서 전군 차원에서 통합됐다.
군사정권 시절 보안사령관은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독대해 보고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1979년 보안사령관으로 발탁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보안사의 정보력과 수사권을 바탕으로 '12·12 군사반란'을 주도했다.

보안사는 1991년 국군기무사령부로 개편됐으나, 이후에도 민간인 사찰 등 논란은 이어졌다.
특히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계엄을 검토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기무사는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조직을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소속 인원이 기무사 시절 4천200여명에서 2천900여명으로 30% 이상 감축됐다.
윤석열 정부는 안보지원사의 방첩 역량이 약화했다고 보고, 2022년 조직 명칭을 국군방첩사령부로 변경하고 기능과 인력을 확대했다.
그러나 방첩사는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에 깊숙이 연루되면서 다시 존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를 지시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보낸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 이후 방첩사 해체를 국정과제로 추진한 배경이다.
◇ 수사·방첩·보안 기능 쪼개 '힘빼기'…유기적 협력은 과제
정부가 이날 확정 발표한 방첩사 해체 및 기능 개편안의 골자는 기존의 수사·방첩·보안 기능을 국방부 조사본부, 신설 국방방첩본부·국방보안지원단 등 여러 기관으로 쪼개는 것이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방첩사의 힘을 빼기 위해서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기존 방첩사 정원 약 3천명 가운데 3분의 1이 감축된다.
방첩 본연의 업무라고 할 수 있는 방첩·방산 관련 정보활동과 방산·사이버보안 등은 국방방첩본부에서 맡는데 기존 방첩사 정원의 절반 정도로 편성된다.
기존 방첩사의 장성 수는 사령관을 포함해 7명이었지만, 국방방첩본부에서는 3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해졌다. 초대 본부장은 소장급 장성이 임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과거 방첩 조직이 과도한 기능을 수행하며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며 권력기관화했기 때문에 이를 분리 재편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방첩 정보와 안보수사, 보안 기능을 서로 별개 기관이 맡게 돼 업무 처리가 단절되고 유기적인 협력이 어려워지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군(軍) 안보수사협의체를 상시 운영하며 수사, 방첩, 보안 기관 간 정보 공유와 협업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관을 지휘·통제할 국장급 전담 조직을 국방부에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방첩사가 권력기관으로 군림한 배경으로 지목된 인사첩보 수집, 동향조사 등의 기능은 폐지되는데 일각에서는 인사검증 역량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방첩사는 평시에도 인사자료 수집을 해 왔다"며 인사 시즌에만 동료 평가, 상하 의견을 듣는 등 관계기관에 의한 고위공무원 인사검증 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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