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로봇이 게임으로 학습…젠슨 황이 게임사 찍은 이유
로봇이 게임으로 학습하는 시대가 됐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방한 중 크래프톤·엔씨 수장을 PC방에서 만난 이유를 보면, 게임사가 피지컬 인공지능(AI)의 핵심 길목에 선 이유를 알 수 있다.
출발점은 로봇의 학습 방식이다. 휴머노이드에게 물건 집기나 보행을 실물로 수십만 번 연습시키면 기계가 부서지고 비용도 감당이 안 된다. 그래서 가상 공간에서 수억 번 굴린 뒤 그 결과를 실제 로봇에 옮기는 '심투리얼(sim-to-real)'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엔비디아의 로봇 시뮬레이터 아이작 심과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가 바로 이 가상 훈련장을 만든다.
문제는 그 가상 공간을 누가 정교하게 만드느냐다. 로봇이 익혀야 할 중력, 마찰, 충돌, 접촉력 같은 물리 법칙은 게임 엔진이 수십 년간 실시간으로 계산해온 영역이다. 컵을 쥘 때 미끄러지지 않을 힘, 발이 바닥에 닿을 때의 반작용을 게임은 이미 처리한다. 로봇 시뮬레이터의 물리 엔진이 사실상 게임 물리 엔진의 연장선인 셈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파는 엔비디아에 이 지점은 곧 시장이다. 게임 엔진과 GPU를 묶으면 수천 개 가상 환경을 동시에 병렬로 돌릴 수 있다. 현실에서 수년 걸릴 훈련을 GPU 클러스터에서 몇 시간으로 압축하는 구조다. 여기에 게임 엔진은 깊이·분할 정보까지 완벽히 붙은 학습용 이미지를 무한 생성해, 사람이 일일이 라벨을 다는 수고를 없앤다. 엔씨가 도입한 엔비디아 월드 모델 '코스모스'는 물리 세계가 다음 순간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는 모델로, 게임사의 가상 세계 구축·렌더링 역량과 곧장 맞물린다.
다만 게임사의 진짜 자산은 엔진 소유가 아니다. 언리얼·유니티 엔진은 각각 에픽게임즈와 유니티테크놀로지스의 것이고, 게임사는 이를 쓰는 쪽이다. 핵심은 배틀그라운드나 MMORPG처럼 수많은 캐릭터가 동시에 물리 법칙 안에서 움직이는 시뮬레이션을 운영해온 경험과, 그 과정에서 쌓인 행동 데이터다.
그렇다면 정작 몸체는 누가 만드나. 로봇 하드웨어는 같은 방한 일정에서 젠슨 황이 따로 만난 제조 대기업의 몫이다. 현대차그룹은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두산로보틱스는 2028년 산업용 휴머노이드를, LG전자는 엔비디아 휴머노이드 모델 '아이작 그루트' 기반의 자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준비한다. 게임사가 교실을 짓고, 제조사가 몸을 만들며, 엔비디아가 둘을 잇는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