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 재벌 통해 푸틴에 정상회담 요청"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소식통 4명을 인용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아브라모비치를 키이우로 초청해 러시아와 양자 정상회담에 준비돼 있다는 메시지 전달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아브라모비치는 푸틴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키이우를 다녀온 재계 인사를 지난달 21일 만났고 그에게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남은 무의미하다고 답했다고 지난 5일 말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와 별개로 이달 4일 푸틴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 담판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의 한 고위 관리는 아브라모비치가 전달한 메시지가 공개서한과 비슷하지만 어조는 덜 적대적이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개서한에서 "(집권) 26년이 지나자 노화의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나이가 들수록 피로감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고령을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남이 무의미하고 "편지에 분명히 무례한 요소가 담겨 있었다"며 회담 제안을 거절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옛 소련 해체 이후 에너지·철강 등 여러 분야에서 부를 쌓았고 푸틴 대통령과 친하다고 알려진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이다. 그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영국 정치권 압박에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첼시를 매각했고 서방 국가에 둔 자산이 동결되는 등 전쟁으로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다.
그는 개전 직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평화협상과 같은 해 양국 간 흑해곡물협정 중재를 도왔다. 러시아가 지난해부터 미국과 종전을 논의하면서 역할이 줄었으나 포로 교환을 비롯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대화에 여전히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브라모비치와 가까운 인사는 FT에 "그가 필요한 건 그들(우크라이나)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러시아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와도 잘 지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브라모비치 측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담판을 통한 종전 시도에는 회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측근은 "그가 정상 간 만남에서 카리스마 마법으로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푸틴이 좋아하는 방식이 전혀 아니고 트럼프(미국 대통령)에게도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젤렌스키는 그 생각에 완전히 빠져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자국과 미국·러시아의 3자 정상회담을 주장해왔다. 미국이 이란전쟁으로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에서 사실상 손을 놓자 지난 4월 튀르키예에 러시아와 양자 정상회담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정상 간 담판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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