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문화

[K-VIBE] 최만순의 약이 되는 K-푸드…노지 부추, 여름을 맞이하는 지혜

연합뉴스입력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부추[연합뉴스 자료사진]
6월은 여름이 시작되는 문턱이다. '황제내경'은 이 시기를 두고 "만물이 번성하여 밖으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겨울에는 저장하고, 봄에는 싹트며, 입하에 이르면 기운이 활짝 열려 위로 뻗어 오른다.
경북 봉화 춘양면의 부추전 [촬영 성연재]
사람의 몸도 이 흐름을 따라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기운이 막히거나 순환하지 못하면 더위는 피로와 질병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정체는 저속노화를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부추부침[유튜브 캡처]
이 시기에 주목할 식재료가 노지에서 자란 부추다. 하우스가 아닌 자연의 햇빛과 바람을 그대로 받으며 자란 부추는 땅의 기운과 계절의 흐름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입하 무렵의 노지 부추는 봄의 여린 기운을 지나 생명력이 가장 왕성한 때를 맞는다. 이 시기의 부추는 몸의 순환을 돕는 대표적인 계절 음식이다.
부추만두[유튜브 캡처]
부추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맵다. 간·위·신의 경락으로 들어가 기를 움직이고 혈의 흐름을 돕는다. 봄철에는 움츠린 기운을 깨우는 역할을 했다면, 입하의 부추는 열려 있는 기운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돕는다. 발산의 시기를 지나 순환의 시기로 접어드는 셈이다. 이러한 순환이 원활할수록 인체의 노화 속도도 자연스럽게 늦춰진다. 여름이 시작되면 사람은 쉽게 지치고 식욕도 떨어진다. 땀과 함께 기운이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무리한 보양보다 기운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음식이다. 부추는 기를 움직이고 위장을 따뜻하게 해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다. ◇ 노지 부추의 영양학 현대 영양학에서도 부추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부추에 함유된 황화알릴 성분은 혈관을 확장하고 혈류를 원활하게 해 더위로 둔해진 순환 기능을 돕는다. 또한 비타민 B1의 흡수를 촉진해 피로를 줄이고 에너지 대사를 활성화한다. 세포의 활력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비타민 A와 C, 베타카로틴도 풍부하다. 이들 성분은 강한 햇빛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섬유질은 장운동을 촉진해 노폐물 배출을 돕고 체내 열 조절에도 기여한다. 부추는 몸의 균형을 회복하고 건강한 노화를 돕는 식재료로 평가받는다. 우리 식문화에서도 입하 무렵의 부추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왔다. 돼지국밥에 부추를 넣는 이유는 기름진 음식의 부담을 덜고 소화를 돕기 위해서다. 오리고기와 함께 먹는 것도 같은 이유다. 노지 부추의 향과 성질이 육류와 조화를 이루며 음식의 균형을 맞춘다. 특히 경상도 지역의 정구지찌짐(부추전의 경상도 사투리)은 입하철을 대표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밀가루와 부추가 어우러져 부담 없이 에너지를 공급하고 장을 따뜻하게 해 소화를 돕는다. 더위가 시작되는 시기에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속 양생법이기도 하다. 노지 부추의 또 다른 특징은 강한 생명력이다. 햇빛 아래에서 여러 차례 베어도 다시 자라는 모습은 여름의 기운을 닮았다. 끊임없이 뻗어나가고 다시 살아나는 힘, 그것이 입하의 도(道)다. 사람 역시 막힘없는 순환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이 순환이 저속노화의 중요한 바탕이 된다. 조리법도 중요하다. 부추는 가급적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 열을 가하면 주요 성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의 문턱에는 부추무침이나 겉절이 형태로 먹어 계절의 기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간단한 약선요리로는 노지 부추 한 줌을 깨끗이 씻어 길게 썬 뒤 간장과 식초, 약간의 고춧가루를 넣어 가볍게 무치는 방법이 있다. 여기에 참기름을 약간 더하면 기운의 흐름을 부드럽게 돕는 음식이 된다. 입하의 더위를 이겨내는 자연스러운 식탁이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부추는 성질이 따뜻해 기운을 빠르게 움직인다. 몸에 열이 많거나 염증이 있는 사람은 과다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양생의 핵심은 균형에 있다. 입하의 노지 부추는 열린 하늘의 기운과 땅의 생명력이 함께 담긴 계절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더위를 이기는 힘은 무거운 보양식보다 막힘없는 흐름에서 나온다. 부추 한 줌은 그 흐름을 돕는 대표적인 식재료이며, 저속노화를 실천하는 일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입하에 부추를 먹는다는 것은 몸을 여름의 리듬에 맞추는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 손자병법으로 본 노지 부추 요리 손자병법의 '용간(用間)의 장'은 전쟁의 승패가 눈에 보이는 병력보다 보이지 않는 정보에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 드러나지 않지만 흐름을 만들고 결과를 바꾸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이 지혜는 음식에도 적용된다. 입하의 식탁에서 그 역할을 하는 식재료가 노지 부추다. 부추는 식탁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국의 중심이 되지도 않고 밥이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빠지면 전체의 맛과 균형이 달라진다. 전장에서의 간(間)처럼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전체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 인체에서도 보이지 않는 흐름을 돕고 건강한 노화를 이끈다. 노지 부추는 하우스의 보호 없이 바람과 햇빛을 견디며 자란다. 그래서 향이 깊고 기운이 강하다. 이 기운은 몸속으로 들어가 막힌 흐름을 돕는다. 손자가 말한 용간이 적의 내부를 꿰뚫듯, 부추는 몸속 기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부추무침은 그 특징을 잘 보여준다. 갓 수확한 노지 부추를 가볍게 무치면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혀를 깨우고 위장을 열어 음식이 들어갈 길을 만든다. 보이지 않지만 모든 시작을 여는 역할이다. 부추김치는 시간이 만든 지혜다.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이 작용해 깊은 맛을 완성한다. 이는 손자가 말한 내간(內間)을 떠올리게 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내부에서 변화를 끌어내는 힘이다. 김치 한 점에는 시간과 생명의 작용이 녹아 있다. 부추전은 또 다른 전략을 보여준다. 밀가루와 부추가 만나 하나의 형태를 이루고, 그 안에 기운을 움직이는 따뜻함이 담긴다. 겉모습은 소박하지만 음식이 지닌 역할은 절대 작지 않다. 부추잡채와 만두는 여러 재료 사이에서 부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기름진 고기와 무거운 당면 속에서도 부추는 음식 전체의 흐름을 살린다. 서로 다른 재료를 조화롭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찌개에 넣는 부추는 대개 마지막에 더한다. 끓는 국물에 향을 더하고 전체의 균형을 정리한다. 김밥 속 부추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재료 가운데 눈에 띄지 않지만 전체 맛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부추는 늘 중심이 아닌 자리에서 중심을 만든다. 노자는 가장 큰 것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부추의 도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을 앞세우지 않으면서도 전체를 살리고 흐름을 만든다. 여름의 문턱에는 무리하게 기운을 보충하기보다 막힌 것을 풀고 흐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추는 따뜻한 성질로 기를 움직이고 혈의 순환을 돕고 장을 깨워 몸의 길을 연다. 입하에 부추를 먹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더하기보다 막힌 것을 풀고 흐름을 되찾는 과정에 가깝다. 손자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자신을 알고 흐름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부추 한 줌은 몸의 흐름을 돌아보게 한다. 기운이 어디에서 멈추고 어디에서 막히는지 살피게 한다. 결국 가장 강한 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온다. 전쟁에서도, 음식에서도, 삶에서도 그렇다. 여름의 문턱에서 식탁에 오른 부추 한 접시는 보이지 않는 흐름을 다스리는 지혜를 담고 있다. 그것은 '용간의 도'이자 저속노화를 실천하는 자연스러운 생활의 방식이다.

최만순 음식 칼럼니스트

▲ 한국약선요리 창시자 ▲ 한국전통약선연구소장 ▲ 중국약선요리 창시자 팽명천 교수 사사 후 한중일 약선협회장 역임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권리침해, 욕설,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 등을 게시할 경우 운영 정책과 이용 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하여 제재될 수 있습니다.

권리침해, 욕설,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 등을 게시할 경우 운영 정책과 이용 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하여 제재될 수 있습니다.

인기순|최신순|불타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