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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다이어트 주사 열풍과 뱃속 세균-①

연합뉴스입력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본인 제공]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요즘 비만 클리닉마다 '주사 맞으러 왔다'는 환자들로 북적인다. 주인공은 '위고비'와 '마운자로'다. 주 1회 한 번 맞는 것만으로 상당한 체중 감량을 기대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 두 약은 순식간에 비만 치료의 아이콘이 됐다.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는 미국 일라이릴리가 각각 개발한 비만 치료 주사제다. 둘 다 식욕 억제와 혈당 조절을 돕는 호르몬 체계에 작용하는 약물로, 기존 다이어트 약과는 차원이 다른 효과로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약의 가장 큰 차이는 작용 방식이다. 위고비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 하나에만 작용하는 단일 작용제다.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반면 마운자로는 GLP-1에 더해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펩타이드)'라는 호르몬에도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다. 두 가지 경로를 동시에 자극하는 만큼 체중 감량 효과도 더 강력하다. 지난해 5월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유럽비만학회(ECO 2025)에서 발표된 'SURMOUNT-5' 임상시험 결과는 이를 숫자로 입증했다. 마운자로 최대 용량(15㎎)을 투여한 군에서 평균 체중의 21.1%가 감소했지만, 위고비 최대 용량(2.4㎎) 투여군은 15.1%에 그쳤다. 체중의 25% 이상 감량에 도달한 비율도 마운자로 36%, 위고비 19%로 크게 갈렸다. 마운자로가 위고비보다 약 1.4배 강력한 효과를 보인 것이다. 국내에서도 열풍은 뜨겁다. 2024년 출시된 위고비는 첫 한 달 만에 1만1천여 건이 처방됐고, 2025년 8월 국내에 출시된 마운자로는 출시 12일 만에 1만8천500여 건의 처방이 쏟아졌다. 일부 약국에서는 재고가 동날 정도였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주사 한 방이 왜 그토록 강력한 효과를 내는 걸까. 그리고 주사를 끊으면 체중은 왜 다시 돌아오는 걸까. 그 답을 찾아가다 보면, 결국 우리 뱃속에 살고 있는 수십조 마리의 세균 이야기로 귀결된다. ◇ 세균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지구의 진짜 원주 생물 '세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 질병과 오염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는 세균에 대한 심각한 오해다. 세균은 지구상에서 수십억 년을 살아온 이 행성의 진정한 원주 생물이다. 인간은 훨씬 나중에 등장해 세균 덕분에 살아가고 있는 후발 주자에 가깝다. 세균이 얼마나 우리 존재의 근원에 가까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우리 세포 안에 있다. 동물 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와 식물 세포에서 광합성을 담당하는 '엽록체'는 원래 독립된 세균이었다. 수십억 년 전, 더 큰 세포가 이 세균들을 집어삼키면서 공생 관계가 시작됐고, 세균은 세포 안에 자리를 잡아 지금의 소기관이 됐다는 것이 현재 생물학계의 정설이다. 미토콘드리아는 포도당을 세포가 쓸 수 있는 에너지(ATP)로 바꾸고, 엽록체는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포도당을 합성한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미토콘드리아는 내연기관, 엽록체는 태양광 발전기다. 우리 몸이 움직이는 모든 에너지의 근원이 세균에서 비롯된 소기관에 달린 셈이다. 피부에도 약 1조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다. 인간의 피부는 이들에게 더없이 훌륭한 서식지다. 세균은 단순히 피부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 유해균의 침입을 막는 1차 방어막 역할을 한다. 우리는 세균에서 도피하고 싶어 하지만, 사실 세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인체에는 몇 개의 세포가 있을까. 약 100조 개다. 그런데 우리 장 속에 살고 있는 세균의 수는 그보다 많은 최대 400조 마리에 달한다. 과거에는 '인체 세포 대 세균의 비율이 10대 90'이라고 했다가 최근 연구에서는 '대략 절반씩'이라는 수정된 추정치도 나왔지만, 어느 쪽이든 우리 몸은 사실상 세균과 공동으로 운영되는 거대한 생태계다. 이 장속 세균 무리를 '장내 미생물총'(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부른다. 종류도 수백 가지에 달한다. 이들은 단순히 우리 몸속에 얹혀사는 손님이 아니다. 식이섬유를 분해하고, 비타민을 합성하며, 면역 체계를 훈련하고, 심지어 뇌에까지 신호를 보내 기분과 식욕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세균은 우리 면역 체계의 스승이다. 장내 세균이 건강하게 유지될 때 면역 기능도 함께 건강해진다. 반대로 장내 세균의 균형이 깨지면 알레르기, 우울증, 관절통 같은 예상치 못한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소화·흡수되어 혈액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엄밀히 말해 '이물질'이다. 장에서 이것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두드러기나 과민 반응을 일으킨다. 이 과정의 관리자가 바로 장내 세균이다. ◇ 뚱뚱한 쥐와 마른 쥐…결정자는 세균 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떤 사람은 살이 찌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 흔히 '체질'이라고 말하는 그것의 상당 부분이 장내 세균 분포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쥐 실험에서 이를 직접적으로 증명했다. 세균이 전혀 없는 환경에서 키운 쥐는 먹이를 아무리 많이 줘도 정상 쥐보다 훨씬 마른 몸을 유지했다. 장내 세균이 없으면 음식에서 에너지를 충분히 뽑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비만한 사람의 대변에서 세균을 채취해 정상 쥐에게 이식하면 그 쥐도 뚱뚱해졌다. 반면 정상 체중인 사람의 대변에서 추출한 세균을 먹인 쥐는 정상 체중을 유지했다. 비만은 음식의 문제이기 이전에 세균의 문제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실험이다. 체중 감량은 '덜 먹고 더 움직이는' 칼로리 계산의 문제가 아니다. 체중 조절은 칼로리 수지만 아니라, 어떤 세균이 그 음식을 처리하느냐의 문제다. 장내 세균은 음식물에서 뽑아내는 영양분의 양 자체를 결정하는 것이다. (2편에서 계속)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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