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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흡연, 화려한 유혹의 민낯

연합뉴스입력
전자담배 급증…금연정책도 진화해야
궐련 지고, 전자담배 뜨고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오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올해 주제는 "화려한 유혹의 실체, 니코틴·담배 중독에 맞서자(Unmasking the appeal - countering nicotine and tobacco addiction)"이다. WHO가 국제 금연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담배는 스트레스 해소와 사교의 상징처럼 소비되던 시절이었다. 담뱃잎 위주의 시장은 이제 액상과 향, 디자인과 온라인 마케팅 중심으로 재편됐다. 국내 성인의 일반담배 흡연율은 2013년 24.1%에서 감소해 지난해 17.9%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전자담배 사용률은 9.3%로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청소년 흡연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자 중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함께 쓰는 비율은 지난해 61.4%로, 2019년 47.7%보다 높아졌다.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를 병행해 사용하는 '복합 니코틴 소비'가 청소년 흡연의 뉴노멀이 된 형국이다. 일부 조사에선 여학생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이 일반담배보다 높게 집계됐다.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전자담배를 사용한 청소년이 이후 일반담배 흡연자로 이어질 확률이 3.5배 높았다. 흡연 피해는 흡연자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질병관리청의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비흡연자의 실내 간접흡연 노출률은 직장 8.0%, 공공장소 8.6%로, 전년보다 소폭 상승했다. 전자담배 확산 같은 흡연 환경의 변화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엔 흡연 후 벽지·침구·옷·머리카락·차량 내부 등에 남는 잔류 유해물질까지 문제 삼는 '3차 흡연' 개념도 주목받고 있다. 공동주택에서 층간 흡연 갈등이 반복되는 것도 잔류 노출과 관련이 있다. 전자담배는 냄새가 덜할 수는 있어도, 니코틴과 유해물질 노출에서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다. 담뱃값 인상 시도는 늘 '불씨'였다. 정부는 지난 3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담뱃값을 1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내놓았다가 접었다. 분명 담뱃값 인상 효과는 있다. 하지만 담배는 '중독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 효과는 4개월이면 사라진다. 담뱃값 인상은 저소득층 부담이 집중되는 소득 역진성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담배 부담금을 올리더라도 청소년 예방과 금연 치료, 건강 재원 확충에 우선적으로 써야 한다. 가향 규제와 광고 제한, 무인판매기 제한, 금연구역 확대 같은 비가격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금연 정책이 흡연자에 대한 징벌제가 돼선 곤란하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이 니코틴 산업의 소비자가 되는 것을 막는 일이다. 영국은 2009년 이후 출생자에게 성인이 돼도 평생 담배를 살 수 없도록 하는 '비흡연 세대법'을 여야 합의로 제정했다. 한국도 담배사업법 개정에 따라 지난달 24일부터 액상형 전자담배를 법적인 담배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담배는 계속 변하고 있다. 더 달콤해지고, 더 가벼워지고, 더 가까워지고 있다. 금연정책도 그 속도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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