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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주의 없는 복지] ③ 실시간 소득 기반 사회보험체계 가능할까

연합뉴스입력
국세청 중심 징수 통합 논의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대한민국 사회보장 제도의 역사는 지난 2005년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던진 화두, "소득 파악이 어렵고 반대가 있더라도 저소득 일용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할 인프라를 잘 준비해달라"는 지시에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당시 청와대 국정과제 회의를 통해 결정된 핵심 대안은 국세청이 사회보험료를 통합 징수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일원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이 구상은 부처 간의 칸막이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2011년 건강보험공단으로 고지와 수납 등 업무만 위탁되는 '외형상 통합'에 머물고 말았다.

◇ '외형상 통합'의 한계와 지난 20년 정책적 축적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현재 건강보험공단이 4대 사회보험료의 징수 업무를 수탁해 통합 운영하고는 있으나, 이는 물리적인 고지서 발부와 수납 청구를 한 곳으로 모은 행정 편의적 결합에 가깝다.

정작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자 피보험 자격 확인의 본질인 소득 데이터는 여전히 국세청과 각 사회보험 공단(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간에 따로따로 신고되고 분절적으로 운영되는 분절적 구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 공유의 시차로 인한 불공정 시비와 '건보료 폭탄' 민원이 끊이지 않는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다.

비록 과거의 시도는 미완으로 남았지만, 참여정부의 조세-복지 인프라 구축 논의부터 문재인 정부의 실시간 소득파악(RTI) 체계 도입,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조율 과정에 이르기까지 복지 부과 개혁의 청사진은 진화했다.

지난 20여년간 축적된 행정 데이터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제도 개편 필요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국세청 등 관계 부처에서도 범정부 차원의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정부의 '복지안전매트' 현장 인력 확충과 '사회적 징수 통합' 제언

거대한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현장의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위기가구 지원을 위한 복지안전매트 강화 방안'에서도 핵심 추진 과제로 '현장 복지 인력의 단계적 증원'과 'AX(AI 대전환)를 통한 업무 효율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현재 약 2만4천명 수준인 읍면동 복지 담당 공무원을 확충해 현장 가구 방문과 밀착 상담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현수 연구위원은 이런 정부의 현장 인력 강화 방향에 공감하면서, 복지공무원들이 민원과 서류 더미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국세청 중심의 '사회적 징수 통합'이 병행돼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한다. 각 부처와 공단에 파편화된 징수, 상환, 환수 업무를 국세청의 '복지 세정' 인프라로 일원화하자는 제안이다.

국세청이 이미 위탁 수행 중인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ICL)를 넘어, 건강보험·국민연금의 원천징수는 물론, 한부모 가구 양육비 이행 관리와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환수까지 국세청 중심 징수체계로 통합하자는 것이다.

최 위원은 "사회보험공단 노조들은 업무 이관에 따른 구조조정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과중한 부과·징수 민원의 무게를 덜고 국민의 수급권 보호와 고도화된 통합돌봄 사회서비스 제공이라는 본연의 전문적 복지 행정에 집중할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재산 보험료' 완전 폐지와 포용 국가의 완성을 향해

국세청 중심의 사회적 징수 통합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지역가입자의 '재산 보험료 폐지'다.

그간 직장가입자와 달리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등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뿐만 아니라 아파트 등 재산에까지 건강보험료를 부과해 수많은 생계형 체납자와 형평성 갈등을 낳았다.

하지만 국세청이 월 단위로 실시간 매출과 조정소득을 파악하게 되면, 더 이상 재산이라는 우회 지표를 활용해 보험료를 추정 부과할 이유가 줄어든다. 오직 실질적인 소득에만 비례해 사회보험료를 내는 공정 부과 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동시에 사회보험법상 '월 60시간 미만' 등 근로시간 기준 (사회보험) 적용 제외 조항도 폐지할 수 있다. 오직 개인이 획득한 '실시간 소득'만을 기준으로 삼아 보험료를 내는 등 기여하고, 소득이 끊기는 위기의 순간에는 국가가 선제적으로 대책을 내어주는 '전 국민 사회보험'의 적용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최 연구위원은 "정부의 실천적 적극 행정과 전문가 그룹의 정교한 거시개혁안이 맞물려 돌아갈 때 '신청주의 종언'은 우리 삶 속의 현실로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세청 중심의 정보 통합에 대해선 개인정보 집중과 권한 비대화 우려도 제기된다. 사회보험공단 기능 조정 문제와 자영업자 소득 산정의 정확성 문제 역시 향후 논의 과제로 꼽힌다.

sh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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