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주의 없는 복지] ② 실시간 소득파악, 복지사각지대 줄일까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정부가 구축중인 실시간 소득 파악(RTI, Real Time Information) 체계가 복지 행정에도 활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소득 감소를 신속히 반영해 위기가구를 조기에 찾아내겠다는 취지에서다. 개인정보 활용 범위를 둘러싼 논의도 함께 제기된다.
◇ '유리 지갑' 불신 씻어내는 '조정소득' 혁신에 대한 주문
영국은 이미 2013년 노동 시장의 변화와 비정형 노동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소득세 및 사회보험료 징수 체계를 전면 개편하며 RTI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업주가 임금을 지급하기 직전이나 지급할 때 실시간으로 국세청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한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영국 국세청은 노동자의 소득 변동을 매월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국세청도 이를 벤치마킹해서 2021년부터 '월 단위 실시간 소득 파악 체계' 구축해왔다. 상시 근로자뿐만 아니라 일용근로자, 특수고용직(특고), 프리랜서,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까지 포괄하는 이 시스템은 소득이 발생하는 즉시 데이터를 축적한다.
실시간 소득 파악을 복지 행정에 활용하기 위한 기술적 핵심은 '조정소득' 개념의 고도화에 있다. 그동안 자영업자나 특수고용직(특고) 노동자는 근로자와 달리 총수입에서 필요경비를 뺀 실제 사업소득 금액을 실시간으로 도출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소득 파악의 투명성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이어졌으며, 이른바 '유리 지갑'이라 불리는 정규직 근로자들이 자영업자의 소득 정보를 신뢰하지 않는 원인이 됐다.
하지만 근로장려세제(EITC)를 자영업자에게 확대하며 이미 검증된 '업종별 조정률'을 개선해 적용하면 소득파악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현수 연구위원은 세제 개혁과 데이터 인프라의 조기 완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 연구위원은 "향후 세법개정안을 통해 2020년 9월부터 추진해 온 월 단위 실시간 소득 파악 체계를 상시 근로자까지 포함해 조기에 완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영업자가 인건비로 지급하는 근로소득을 국세청에 신고하는 것처럼 상가 임차료 역시 실시간으로 신고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고질적인 사각지대였던 임대소득 파악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매출에서 인건비와 임차료 등 월 단위 필수 경비를 제외한 후 정교한 업종별 조정률을 적용한 '조정소득'을 산정해내야만, 자영업자와 근로자가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사회보험료를 부담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실시간 소득정보와 복지행정의 AI 대전환
이런 국세청의 실시간 소득·매출 데이터 인프라가 보건복지부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과 연계될 경우 활용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무회의 보고를 통해 생성형 AI 기반의 복지상담 서비스를 도입하고 행정 업무를 자동 처리하는 '복지행정 AX(AI 대전환)'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국민이 복지멤버십(사전 동의)에 가입해 두면 시스템이 연 2회 소득과 재산을 주기적으로 조사해 수급 가능성이 있는 복지급여를 선제적으로 안내하게 된다.
여기에 최 연구위원이 제안한 혁신안인 실시간 RTI 데이터가 연동될 경우 AI기반 선제 안내 체계 구축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AI 에이전트가 매월 변동되는 소득 자료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할 필요도 없이 스마트폰으로 "현재 소득 급감으로 긴급복지지원 대상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지원 가능 급여를 안내하고, 동의 한 번으로 자동 지급까지 완료하는 시스템이 실현되는 것이다.
◇ "국세청 RTI 데이터는 모든 부처를 위한 자산, 강력한 추진 필요"
최 연구위원은 "코로나 위기와 재난지원금 소득 선정 기준 논란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은 결국 실시간 데이터의 유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구축돼 있고 앞으로 더욱 정교해질 실시간 소득파악 정보가 특정 부처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 위원은 "국세청 RTI 데이터는 최초에 고용노동부의 고용보험만을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며 "신청주의 폐지 개편이 전면 추진되기 이전이라도, 당장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모든 정부 부처와 지자체에 연계해 실시간 소득 정보를 전방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국세청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처 간 데이터 연계를 확대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조정과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실시간 소득정보와 데이터 연계 확대를 두고는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 오·남용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데이터 활용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 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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