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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mm 선에 바친 7천500시간…'사경장' 김경호가 완성한 수행

연합뉴스입력
'묘법연화경' 작품집 펴내…"집중과 정진 거듭하며 작업"
변상도를 제작하는 모습[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 경전을 듣고 스스로 쓰거나 다른 사람을 시켜 쓰면, 그 얻는 공덕은 부처님의 지혜로 그 많고 적음을 헤아려도 그 끝을 알 수 없다" (묘법연화경 권제6의 '약왕보살본사품' 중에서)

불교 경전을 옮겨 적는 사경(寫經)은 '쓴다'고만 말하기 어렵다.

세밀한 붓끝으로 여러 개의 선을 긋고, 글자를 써 내려간다. 금빛과 은빛 안료가 굳기 전에 한 자(字)를 완성하려면 주저할 새도 없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작품 하나를 마치는 데 최소 수 개월이 걸린다.

경전을 필사하는 모습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0.1mm 붓끝'으로 전통 사경 문화를 이어온 김경호 국가무형유산 사경장 보유자가 완성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모은 작품집이 출간됐다.

'법화경'으로도 불리는 묘법연화경은 천태종의 근본 경전이다.

부처가 되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사상을 설파한 책으로, 모두 7권으로 구성된다. 화엄경과 함께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경전으로 여겨진다.

고려 말이었던 1330년 감색 종이 위에 은빛으로 써 내려간 '감지은니 묘법연화경'(紺紙銀泥 妙法蓮華經) 등 총 3건이 국보로 지정돼 있다.

책 표지 이미지 [한국전통사경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집에는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약 8년에 걸친 작업이 고스란히 담겼다.

흰 종이 위에 먹으로 글을 쓰는 백지묵서(白紙墨書)로 시작해 금·은빛 안료를 거쳐 백금 안료까지 총 7권을 사경했다. 7천500시간이 넘는 고행이었다.

김경호 사경장 보유자는 머리말에서 "매년 5개월 이상, 총 1천50여 일을 매일 6시간 이상 작업하며 0.1㎜에 집중과 정진을 거듭했다"고 설명했다.

김 보유자는 "우리 선조들이 쌓아 올린 빛나는 사경 유산의 전형을 담음과 동시에 새로운 형식과 체재, 양식, 재료를 일부나마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김경호 국가무형유산 사경장 보유자[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작품집은 김 보유자가 실제 사경한 작품을 사진 형태로 옮겨 묶었다.

김 보유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실제 크기의 90% 이상 살려 영인본(影印本·원본을 사진이나 기타의 과학적 방법으로 복제한 인쇄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사경은 병풍처럼 펼쳐서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데, 각 면을 한 장씩 촬영해 경전 문구와 세밀한 그림까지도 볼 수 있다.

김 보유자는 작품집이 사경을 이해하는 기본 바탕이 되길 바랐다.

책 표지 이미지 [한국전통사경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묘법연화경이 근본 가르침이 되듯, 오랜 노력을 거쳐 작업한 사경이 또 하나의 '소의경전'(所依經典·종단의 근본 경전을 일컬음)이 됐으면 한다는 뜻에서다.

김 보유자는 "사경은 당대 최고의 서체를 가장 모범적으로 구사해 제작했다"며 "이번 작품집이 사경 문화를 보여주는 '교재'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전통사경연구원. 571쪽.

y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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