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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와 스크랴빈으로 빚은 피아노의 경지…임윤찬 리사이틀

연합뉴스입력
국내서 처음 선보인 슈베르트 소나타…베토벤에 가려진 '진짜 매력' 전달 더욱 깊어진 '전공' 스크랴빈 소나타…13일까지 2년 만의 국내 투어
관객에게 인사하는 임윤찬(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리사이틀 투어 첫날 공연을 마치고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05.06 hyun@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에 가까운 경지에 오른 임윤찬에게도 성장의 기회가 있을까. 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2년 만의 국내 리사이틀 투어를 시작한 임윤찬은 기교에 감성을 더한 연주로 한층 더 성장한 피아노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이번 공연은 임윤찬이 직접 프로그램과 공연장, 투어 일정을 기획한 무대로, 그의 음악적 정체성과 깊은 예술적 고민이 오롯이 담겼다. 특히 1부에서 연주된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7번 '가슈타이너'는 임윤찬의 섬세하면서도 대담한 해석이 돋보인 무대였다.

이 곡은 임윤찬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슈베르트 작품으로, 고전 음악과 낭만적인 음악이 만나는 시기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곡이다. 슈베르트가 작고하기 3년 전인 1825년 오스트리아의 휴양지에서 작곡한 이 소나타는 슈베르트의 색깔을 오롯이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목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임윤찬의 연주는 슈베르트가 남긴 시간의 흔적과 그가 꿈꿨던 자유로운 음악의 느낌을 현대의 무대 위에 되살려냈다. 악장마다 고전적인 느낌과 낭만적인 감정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베토벤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했던 슈베르트 음악의 진짜 매력을 전달했다.

첫 악장에서 힘차고 또렷한 소리로 곡의 시작을 알린 임윤찬은 전체적으로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연주를 펼쳤다. 두 번째 악장에서는 부드럽고 감성적인 멜로디로 슈베르트 특유의 따뜻함과 약간의 쓸쓸함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세 번째 악장은 강하고 빠른 리듬과 중간에 나오는 밝고 편안한 선율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반복되는 주제와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다, 마지막에 힘 있게 곡을 마무리하는 모습으로 관객의 숨을 멎게 했다.

특히 마지막 코다(악장의 끝에 끝맺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덧붙이는 악구)에선 집중력과 폭발적인 에너지가 공연장을 휘감았다. 포르티시모(특정 구간을 매우 강하게 연주)와 스포르찬도(특정 음을 세게 연주)의 대비를 극적으로 보여준 3악장도 매우 인상적인 연주였다.

임윤찬[목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부에서는 그의 전공인 스크랴빈의 피아노 소나타를 꺼내 들었다. 임윤찬은 2번 '환상 소나타'를 시작으로 3·4번까지 한달음에 선보였다.

스크랴빈 피아노 소나타 2번은 임윤찬이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2라운드에서 연주해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던 곡으로, 이번 무대에서는 더욱 깊어진 해석과 성숙한 기교가 빛났다.

1악장에서는 고요한 바다의 밤을 연상시키는 서정적인 선율과 발전부에서의 격정적인 파도, 재현부에서의 평온함이 극적으로 대비됐다. 2악장에서는 거센 파도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선율과 격렬한 리듬이 이어졌고, 임윤찬의 손끝에서 폭풍우와 같은 에너지가 쏟아졌다. 스크랴빈의 피아노 소나타 중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 임윤찬의 연주를 통해 그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세계를 생생하게 펼쳐냈다.

이어진 스크랴빈 피아노 소나타 3번과 4번에서는 20세기 초 러시아 음악의 실험정신과 스크랴빈 특유의 화성적 모호함, 내면의 불안과 환희가 교차하는 순간들이 인상적으로 그려졌다. 임윤찬은 각 곡의 구조적 특징과 감정의 흐름을 치밀하게 파악해 청중에게 스크랴빈 음악의 본질을 전달하려고 애썼다. 특히 4번 소나타의 마지막에서는 폭발적인 클라이맥스와 함께 음악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듯한 감동을 선사했다.

임윤찬[목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공연은 임윤찬이 왜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피아니스트인지를 다시 한번 증명한 무대였다. 공연 전 "시간의 흐름을 견디며 오래 기억에 남을 작업을 하고 싶다"던 임윤찬의 각오처럼 그의 연주는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 시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임윤찬의 리사이틀 투어는 8일 대구콘서트하우스, 9일 부산콘서트홀, 10일 통영국제음악당,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13일 아트센터 인천으로 이어진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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