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000] '2,300→7천피'…1년여만 '1천단위' 5번 넘었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1년 전만 해도 계엄정국 후유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쇼크에 2,300선을 위협받던 코스피가 '환상의 지수대'인 7,000고지에 올라섰다.
불과 12개월 사이 1천단위 지수대를 다섯차례나 갈아치우며 끝없이 치솟은 결과다. 장기간 글로벌 주요국 증시 중 압도적 1위 수익률을 유지하면서 시가총액은 6천조원을 넘어섰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4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365.31포인트(5.27%) 오른 7,302.30을 나타내고 있다.
156.02포인트(2.25%) 오른 7,093.01으로 출발한 지수는 지속적으로 상승폭을 키워 7,300선까지 단숨에 올라섰다. 코스피가 장중 '7천피'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코스피가 현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6·3 조기대선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했지만, 증권가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정치적 구호일 뿐 현실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경우가 다수였다.
오히려 코스피는 2025년 4월 초 한때 2,300선이 깨지는 등 작년 상반기까지는 분위기가 밝지 못했다.
한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미·중 패권 경쟁의 최대 피해국이 될 것이라며 '셀 코리아'를 개시한 외국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이란 초대형 악재까지 겹치자 2024년 중순부터 2025년 4월까지 9개월 연속 한국 증시를 순매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교역상대국에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이른바 '해방의 날'(2025년 4월 2일) 쇼크도 코스피를 거세게 짓눌렀다.
그러나 이때가 전환점이었다.
한국 증시를 과매도한 상태였던 외국인은 한국의 정치리스크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자 작년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연속으로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고, 코스피는 '불장'에 돌입했다.

코스피는 같은 해 6월 20일(3,021.84)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넘은 데 이어 4개월 만인 10월 27일(4,042.83)에는 4,000선마저 뛰어넘었다.
약(弱)달러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랠리가 진행되는 가운데, 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침체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대대적 정부 지출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상법 개정안 처리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정책 추진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국내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 정책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작년 중순까지만 해도 '국장(국내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란 말이 공공연히 거론될 만큼 투자자들 사이에는 한국 증시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하지만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와 대주주 견제 강화, 자사주 소각 등이 담긴 1·2·3차 상법 개정안이 차례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이 선거용 '반짝' 공약이 아니란 점이 명확해졌다.
특히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의 주가상승세가 인공지능(AI) 붐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갈수록 가팔라지는 모습이 개인 투자자들의 '포모'(FOMO·소외 공포)에 불을 댕겼다.
그간 주식시장을 외면하던 국민들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면서 코스피는 올해 1월 27일 역대 처음으로 종가 기준 5,000선을 돌파했고, 2월 25일에는 6,000선마저 넘어섰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식거래활동계좌수는 1억509만개로 집계돼 작년 말보다 6.9% 증가했다. 본인이 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녀 계좌를 개설해 주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의 경우 올해 1∼4월 사이에만 8만1천221명의 미성년자가 16만9천78개 계좌를 개설했다. 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가 308억원으로 가장 많고 TIGER S&P500(229억원), SK하이닉스(107억원), KODEX 미국나스닥100(105억원) 등이 뒤를 따랐다.
이 과정에서 증시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왔다.

마찬가지로 기술주 중심 강세장을 이어온 미국 증시에서는 AI 거품론, AI 파괴론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테크주 고점 논란이 잊을 만하면 고개를 들었고 그때마다 반도체 비중이 큰 국내 증시는 찬바람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올해 3월에는 이란 전쟁을 계기로 한때 전월 말 대비 19.2% 급락하며 주요국 증시 중 최대 낙폭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관련 발언이 나올 때마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코스피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전형적 버블 사례'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고의 시간을 보낸 한국 증시는 4월 들어 전쟁 종식 기대감이 커지고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성사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신속하게 그간의 낙폭을 만회하고 더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경쟁으로 촉발된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앞으로도 수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 속에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치 상향 속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가파르게 치솟은 것이 배경이 됐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가 전년 동기 대비 755%와 405.5%씩 증가한 역대급 1분기 영업이익을 발표, 이러한 전망을 사실로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아울러 '트럼프의 미국' 이후 무역분쟁과 전쟁이 잇따르며 글로벌 경제 전망이 불확실해지자 실적개선세가 상대적으로 명확한 반도체 등 AI 인프라 관련주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린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힘입어 국내증시 시가총액은 지난달 27일 사상 처음으로 6천조원선을 넘어서는 쾌거를 이뤘고, 코스피가 7,300선을 넘어선 현재는 6천655조원으로 더욱 증가했다.
그런데도 코스피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은 생각만큼 크지 않은 상황이다.
주가 상승 속도가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치 상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까닭이다.
그런 까닭에 작년 4월 이후 코스피 지수가 3배 이상으로 상승했지만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 혹은 P/E)은 12.02배에서 26.41배로 119%가량 오르는데 그쳤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0배에서 2.12배가 됐으나,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편입종목의 PER과 PBR이 작년 말 기준 26.04배와 5.44배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고평가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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