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정책 성공 못한 이유는…"'경제 조임목' 부재"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호하는 관세정책은 적대국의 급소를 위협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각종 국제 분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는 '경제의 조임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각종 경제 분쟁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만, 상대국을 압박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고율 관세를 무기로 한 무역전쟁에서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맞대응한 중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기차에서부터 항공우주 산업까지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희토류 90%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의 봉쇄에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무역전쟁 휴전을 모색해야 했다.
이란의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전 세계 원유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맞섰다.
이란은 일단 2주간의 휴전을 이끌어내면서 숨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현상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해상통로나 희토류가 미국에 경제적인 조임목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무부 제재정책 담당관을 역임한 에드워드 피시먼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러한 '경제적 조임목'에 대해 시장 지배력과 대체 불가능성, 비대칭적인 피해구조라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국가가 공급망이나 운송 경로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단기간 내 대체가 어려운 경우 상대국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 WSJ의 지적이다.
미국 시장의 규모가 크지만, 상대국 입장에선 대체 시장을 찾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절대적인 규모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압박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의 관세 부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은 감소했지만,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 확대가 상당 부분 이를 보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경제전쟁에서 동맹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고 WSJ은 짚었다.
미국 단독으로는 제한적인 영향력에 그칠 수 있지만, 동맹국과 협력할 경우 공급망과 기술, 시장을 결합해 훨씬 강력한 조임목을 형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은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 여전히 강력한 조임목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분야에서 미국이 유럽과 협력하면 효과는 배가될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과의 공조보다는 독자적 접근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유럽에 대한 관세 위협 등으로 관계가 흔들리면서 조임목 전략의 효과를 스스로 약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은 "동맹은 제한적인 경제적 능력을 압도적인 힘으로 바꿔줄 수 있다"며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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