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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예산 3배 늘었지만, 수급률 정체…신청주의가 장벽

연합뉴스입력
복잡한 선정 기준과 본인 신청 원칙이 어르신 권리 행사 가로막아 단순한 절차 개선 넘어 제도 자체를 쉽고 명확하게 바꿔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기초연금은 2014년 도입된 이후 급여액이 꾸준히 오르며 어르신들의 노후를 지탱하는 핵심 제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예산 규모가 10년 사이 3배 이상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 중 상당수는 여전히 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공적 노후 소득 보장체계 재구조화와 신청주의 개선: 기초연금을 중심으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연금 예산은 2014년 6조9천1억원에서 2023년 22조5천493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65세 이상 어르신 중 기초연금을 받는 사람의 비율인 수급률은 2023년 기준 67.0%에 머물고 있다. 이는 정부가 목표로 세운 70%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동안 비슷한 수준에서 정체된 모습이다.

보고서는 이런 수급률 정체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신청주의 원칙을 지목했다. 신청주의란 국가가 알아서 연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직접 신청해야만 급여를 주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 기초연금법은 어르신이 직접 신청하는 행위를 급여수급의 필수 절차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신청 과정이 어르신들에게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는 점이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소득인정액 계산 방식은 소득(벌이)과 재산을 합치고 각종 공제를 적용하는 등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구조로 돼 있다.

보고서는 이런 제도의 복잡성이 신청주의와 만나면서 어르신들이 본인의 수급 자격을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고 행정적 비효율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도 간의 충돌로 인해 일부러 신청하지 않는 사례도 확인됐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받는 어르신들의 경우 기초연금을 받으면 그만큼 생계급여가 깎이기 때문에 연금을 신청하는 것이 오히려 불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이것이 개인의 무관심 때문이 아니라 제도끼리 서로 잘 맞지 않아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국가마다 운영 방식이 다르다. 스웨덴은 소득비례 연금을 신청할 때 최저 보증 연금이 자동으로 계산돼 함께 지급되는 방식을 사용한다. 캐나다는 2013년부터 별도 신청 없이도 기초연금을 주는 방식으로 전환했으며, 행정 정보를 활용해 수급 대상자를 미리 찾아내기도 한다. 반면 오스트리아나 이탈리아처럼 신청주의를 유지하는 국가도 존재한다.

보고서는 단순히 신청 서류를 줄이는 수준의 개선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정 기준과 급여 계산 방식을 지금보다 훨씬 단순하게 바꾸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을 청구할 때 기초연금 수급 여부도 한꺼번에 결정되도록 제도를 연계하는 등 근본적인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는 제언했다.

보고서는 기초연금 수급률을 높이기 위해 신청을 형식적인 절차로 단순화하고, 행정 기관 간의 자료 공유를 통해 국가가 먼저 대상자를 찾아내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도 구조를 단순하게 바꾸고 행정 처리를 효율적으로 개선해야만 어르신들이 본인의 정당한 권리를 빠짐없이 누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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