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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립 78년간 포상 취소 833건…'가짜 공적' 들통 절반

연합뉴스입력
1985년 첫 취소·전체 64%가 훈장 박탈…'국가안보·전투 유공' 보국·무공훈장 順 '과거사 정리' 노무현 정부 때 최다…경찰, 전수조사로 추가 취소 가능성 높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정장, 부장, 금장, 약장 구성[국가보훈처 제공]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8년간 취소된 정부포상(훈·포장·표창)이 800건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포상 취소의 절반가량은 거짓 공적을 냈다가 뒤늦게 들통나 박탈된 경우였다.

다만, 전체 포상 규모에 비하면 포상이 취소된 사례는 극히 일부다.

이재명 정부 들어 과거사 서훈 정리 작업이 재개되면서 포상 박탈 사례가 잇따라 향후 더 많은 정부 포상 취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법살인 같은 최악의 국가폭력 범죄자에게 준 훈·포장 박탈은 만시지탄이나 당연한 조치"라면서 "국가폭력범죄의 형사 공소시효와 민사소멸시효 배제법도 꼭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훈장 취소 411명…전두환 반납•황우석 분실(CG)<<연합뉴스TV 제공>>

◇ 78년간 훈·포장·표창 박탈 833건…전체 포상 162만점의 '0.05%

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취소된 정부포상은 총 833건이었다. 같은 기간 수여된 포상이 약 162만건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취소 비율은 0.05% 수준에 그친다.

취소된 포상을 훈격별로 보면 훈장이 534건으로 가장 많았고, 포장 160건, 대통령표창 68건, 국무총리표창 71건 순이었다.

취소 유형별로는 국가 안전 보장 유공자에게 주는 보국훈장(130건)이 가장 많았다. 이어 전투참여 유공자에게 수여하는 무공훈장(122건), 교사·공무원에게 주는 근정훈장(87건), 건국훈장(76건) 순으로 집계됐다.

각각 국가산업발전과 각 분야 유공자에게 주는 산업훈장(51건), 국민훈장(36건) 등이 취소된 경우도 있었다.

포장 취소는 근정포장(54건), 보국포장(38건), 산업포장(23건), 무공포장(20건) 순이었다.

대통령표창은 68개, 국무총리표창은 71개가 각각 취소됐다.

정부 포상 취소는 크게 상훈법에 따른 경우와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에 따른 경우로 나뉜다. 2017년부터는 정부표창 규정이 개정되면서 대통령·국무총리·기관장 표창도 박탈할 수 있게 됐다.

5ㆍ18 진압ㆍ간첩조작 유공자 서훈 무더기 취소(CG)[연합뉴스TV 제공]

◇ ' 거짓 공적'이 취소 사유 절반…'12·12 반란' 전두환·노태우 서훈 20개 박탈

상훈법 제8조에 따른 취소 사유 중에서는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가 407건(49%)으로 가장 많았고, '사형·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이 확정된 경우'가 325건(39%), '국가안전에 관한 범죄로 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24건으로 집계됐다.

이와 별도로 5·18 민주화운동 진압 행위를 공적으로 인정해 수여된 상훈에 대해서는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77건이 취소됐다.

포상 취소를 정부 시기별로 보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집중됐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36년간 정부포상이 취소된 경우가 없다가, 1985년 처음으로 취소 사례가 나타났다.

이후 김영상 정부(16건), 김대중 정부(75건)에서 포상 취소가 본격적으로 이뤄졌고, 노무현 정부(429건) 때 가장 많은 포상 박탈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100건이 넘는 포상 취소가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에서 과거사 정리작업이 지속됐던 2006년에만 379건이 취소돼 전체 약 45%를 차지했다.

이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해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진압 관련자, 실형을 받은 공직자, 경제인 등 176명에 대한 서훈이 한꺼번에 취소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상훈법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이 확정되면 서훈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태극무공훈장과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등 9개 훈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을지무공훈장과 보국훈장 통일장 등 11개 훈장이 각각 취소됐다.

다만 정부는 두 전직 대통령에게 수여된 무궁화대훈장의 경우 이를 취소할 경우 대통령 재임 자체를 부정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취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 李정부, 과거사 서훈 정리 재점화…"공적 재확인 거짓 판단 땐 취소 검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과거사 관련 서훈 정리 작업이 재점화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12·12 군사반란' 당시 주요 임무 종사자 10명에게 수여됐던 충무무공훈장을 취소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에서의 공적이 없음에도 무공훈장이 수여된 사실이 확인됐고, 전투 관련 유공 역시 인정되기 어려운 '허위 공적'에 해당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국방부는 이외에 조홍 당시 수도경비사령부 헌병단장, 백운택·최석립 등 12·12 군사반란 주요 임무 종사자에 대해서도 무공훈장 취소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일제강점기 이후 창설된 경찰 조직에서 수여된 정부포상과 대통령·국무총리 표창 등 약 7만건의 공적 사유를 전수 점검하고 있다.

경찰은 고문이나 간첩 조작 등 국가 공권력 남용과 관련된 포상이 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서훈·표창 취소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고문 기술자로 알려진 이근안의 경우 다수의 포상 가운데 일부만 박탈됐고, 과거 수사 공로를 이유로 받은 표창 등은 여전히 유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경찰이 과거 고문과 사건조작 등에 가담한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받은 서훈에 대해 취소 조치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 "사법살인 같은 최악의 국가폭력 범죄자에게 준 훈·포장 박탈은 만시지탄이나 당연한 조치"라면서 "국가폭력범죄의 형사 공소시효와 민사소멸시효 배제법도 꼭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전에도 "국가폭력 범죄, 국가가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국민의 생명·자유·인권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영구적으로 공소시효를 배제해서 행위자가 살아있는 한 반드시 형사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한 바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이근안의 경우 실형이 확정되면서 옥조근정훈장은 취소됐지만, 국무총리 표창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며 "표창은 취소 근거 규정이 2017년 이후에야 마련돼 이전에 수여된 건에 대해서는 소급해 취소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적 내용에 허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다시 확인해 거짓 공적으로 판단될 경우 취소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cha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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