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비상 트럼프 물갈이 나서나…'관세 선봉' 러트닉도 거론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미국 현지시간) 대이란 군사작전을 시작하면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짧은 영상을 올렸다.
군사작전의 개시를 알리고 정당성을 부각하는 내용이었다. 그후 그는 취재진과의 문답,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 등을 통해 전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 해소를 시도했다.
전쟁 같은 중대 조치에 나설 때 대국민 연설로 국민을 설득하던 전임자들과 비교되는 행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한달여만인 지난 1일에야 생중계 형식으로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종전이 가까웠다고 주장하면서 전쟁의 정당성을 내세우고 경제적 여파를 축소하는 데 연설 대부분을 할애했다.
이란 전쟁을 개시할 때 했어야 할 대국민 연설을 한달여만에 한 것이다. 전쟁 장기화 우려와 유가 상승으로 여론이 날로 악화하자 뒤늦게 대국민 연설 카드를 동원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뜻 내켜 하지 않다가 손을 대는 조치는 또 있다.
바로 각료 교체다. 내각 개편은 장관 교체를 요구하던 야당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야당의 공세 속에 후임자 인준 지연도 초래될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던 선택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임기를 시작하며 충성심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놓고 내각을 구성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믿고 맡긴 충성파'는 오래 쓰겠다는 의중으로 읽혔다.
그러나 전날 있었던 팸 본디 법무장관의 경질을 시작으로 대대적 인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협상 최전선에 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로리 차베스-디레머 노동장관, 대니얼 드리스컬 육군장관 등이 줄줄이 다음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관세 공세의 선봉에 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러트닉 장관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도 해임을 고려하다가 철회한 적이 있고 현재 입지가 위태로운 처지라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러트닉 장관은 정재계 고위 인사와 친분이 두터웠던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건에 이름이 250번이나 등장해 야당의 사임 공세에 직면해 있다. 엡스타인 의혹을 하루빨리 털어내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다만 백악관 내에는 무역 협상을 비롯한 러트닉 장관의 성과에 만족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업무 성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본디 전 장관도 이렇게까지 빨리 해임 통보를 받을 줄은 몰랐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본디 전 장관은 직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최소한 여름까지는 시간을 벌어 다음 자리를 확보하고 품위 있게 퇴장할 수 있기를 바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연방대법원의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 변론 방청에 동행한 본디 전 장관에 '때가 됐다'고 알렸다.
본디 전 장관은 연방대법원에서 돌아와 동료들과 대화하다가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바로 해임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를 내 추가 인사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대목이다.
본디 전 장관은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경질된 두 번째 장관이다. 앞서 국토안보부 장관이었던 크리스티 놈이 이민단속 과정에서 미국 시민권자가 연달아 총격 피살된 일 등으로 도마위에 오른 뒤 지난달 자리를 내놨다.
본디 전 장관의 경질이 대대적 내각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란 전쟁 개전 이후 30%대로 계속 낮아져 임기 시작 이후 최저 수준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하며 호기롭게 시작한 이란 전쟁은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쥔 이란의 반격 속에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1월 중간 선거 승리와 이를 위한 지지율 회복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선거 승리를 위해 발 벗고 나설 각료를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에 개의치 않고 정적 수사를 밀어붙여 주는 법무장관이나 자신의 논리를 적극 뒷받침해주는 보고서를 내는 정보당국 수장이 필요한 것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개각을 추진한다면 암울한 정치 상황에 맞서려는 중대한 재편 시도가 될 수 있다"면서 "실적이 저조하거나 부정적 측면의 관심을 너무 많이 받은 인사가 개각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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