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도자의 거짓말 대가는 가벼워졌고 침묵은 무기가 됐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각종 부패 의혹에 대해 침묵과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현지 언론인이 밀레이를 포함한 정치인의 답변 회피 및 침묵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언론인 우고 알코나다 몬은 스페인의 유력 일간 엘파이스에 3일(현지시간) 실은 칼럼을 통해 밀레이 대통령의 본인 관련 의혹 대응 방식을 비판했다.
그는 '하비에르 밀레이, 부패 스캔들 앞에서의 침묵과 거짓말'이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암호자산 '$리브라' 사태, 국가장애인청(Andis) 비리 의혹, 수석장관이자 대변인이 마누엘 아도르니의 부정 축재 의혹 및 행보 논란 등을 언급하며, 밀레이 대통령이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알코나다 몬은 최근 정치 환경의 변화를 이 같은 문제의 배경으로 지적했다.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 인공지능(AI) 기반 콘텐츠 확산으로 진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약화하면서, 과거와 달리 거짓말의 정치적 비용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러한 환경에서는 침묵 또한 거짓말만큼 효과적인 대응 수단으로 작동한다고 알코나다 몬은 분석했다.
그는 과거에는 지도자의 거짓이나 정보 은폐가 드러날 경우 정치적 책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하며 빌 클린턴, 리처드 닉슨(이상 미국),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브라질), 니콜라스 사르코지(프랑스), 페드로 파블로 쿠진스키(페루) 등 여러 국가 지도자 이름을 언급했다. 이 가운데 한국의 박근혜 전 대통령 이름도 포함됐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소추된 뒤,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인용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알코나다 몬은 과거에는 거짓이나 은폐가 드러난 많은 공직자들이 사임했고, 일부는 탄핵까지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사례들과 달리, 최근 정치 환경에서는 지도자의 거짓이나 의혹 제기가 반드시 정치적 몰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우 허위 또는 오해 소지가 있는 발언을 일상적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타격이 제한적이었다고 그는 지적했다.
또 '남미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밀레이 대통령은 언론을 공격하고 비판을 회피하는 방식 등에서 트럼프식 정치 커뮤니케이션과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알코나다 몬은 평가했다.
알코나다 몬은 "대통령이 질문에 답하지 않고 침묵하거나 공격으로 대응하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민주주의의 핵심인 책임성과 공적 검증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며 "회피와 침묵은 단기적으로 정치적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제도 자체를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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