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키나파소 군정 수반 "민주주의 잊어라"…멀어지는 민정 이양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서부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군정 수반이 국영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민주주의를 잊어야 한다"고 말해 민정 이양 일정을 더욱 불투명하게 했다.
3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브라힘 트라오레 부르키나파소 군정 수반은 전날 국영 방송사 RTB와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먼저, 우리는 선거에 대해 전혀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국민들은 민주주의에 관해 잊을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는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라오레 수반은 민정이양 계획을 묻는 말에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 붕괴 후 무장세력이 난립한 리비아를 거론하며 "외부인들은 민주주의를 강제하려 하지만, 민주주의는 (국민을) 죽인다"라고도 주장했다.
서아프리카 사헬(사하라 사막 남쪽 주변)의 심장부에 있는 부르키나파소는 2022년 두 차례 쿠데타 끝에 그해 9월 당시 육군 대위 트라오레를 수반으로 하는 군정이 권력을 장악했다.
트라오레는 같은 해 10월 임시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민정 이양을 위한 선거 일정으로 2024년 7월을 제시했으나, 2024년이 되자 5월 국민대화를 소집해 '7월 2일부터 5년 안에 민정으로 전환한다'는 헌장을 채택함으로써 최장 2029년 7월 이후로 민정이양을 미뤘다.
트라오레 임시대통령은 지난해 7월 선거관리위원회를 해산했으며, 올해 초에는 모든 정당을 해산했다. 부르키나파소는 쿠데타 이전 열린 2020년 총선 당시 등록된 정당은 100개가 넘었으며 의석을 가진 정당은 15개였다.
부르키나파소는 영토의 40%가 정부의 통제 밖이어서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나라 중 하나다.
특히 이슬람 급진세력과 연계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준동이 2015년부터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약 2만명이 숨지고 200만명 넘는 피란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최근 보고서에서 부르키나파소에서 쿠데타가 발발한 이후 2023년 1월부터 2년8개월간 민간인 1천837명이 살해됐으며 이 가운데 1천200명 이상이 정부군에 희생돼 지하디스트에 희생된 민간인의 두배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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