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는 아무 잘못 없었다... 게임 팬덤이 만든 비극의 전말
선한 의도로 시작된 제안 하나가 한 게이머의 삶을 무너뜨렸다.
2026년 2월 28일, 한 레딧 이용자가 헬다이버즈 2 개발사 애로우헤드 게임 스튜디오에 'D10 개발자 챌린지'를 제안했다. 개발자 4명이 게임 최고 난이도인 10단계로 오샤운 행성의 모든 작전 목표를 클리어하는 영상을 올리면, 애로우헤드가 선정한 자선단체에 1,000달러를 기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챌린지의 출발점은 악의가 아니었다. 오샤운 D10의 난이도 밸런스가 지나치게 망가져 있다는 불만에서 비롯된 항의성 제안이었다.
같은 날 또 다른 이용자가 "개발자들이 내가 지정한 장비만 착용하고 라이브스트림으로 진행하면 1,000달러를 추가 기부하겠다"며 더 가혹한 조건의 챌린지를 덧붙였고, 두 챌린지가 혼동되면서 갈등의 불씨가 커졌다.
그런데 커뮤니티 일각의 반응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폭발했다. 일부 극성 친(親)애로우헤드 이용자들, 이른바 '글레이즈다이버즈'가 이 챌린지를 개발자의 실력을 의심하는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제안자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감히 우리 개발자를 테스트해?"라는 맹목적 방어 심리가 작동한 셈이다. 중요한 것은 애로우헤드 개발자들 자신은 이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는 점이다. 독싱을 자행한 것은 일부 극성 팬들이었고, 정작 보호하려 했던 개발사는 피해자 편에 섰다.
제안자는 수십 건의 협박·살해 위협 메시지를 받았고, 개인 정보가 폭로되는 독싱 피해까지 당했다. 그의 아내도 표적이 됐으며, 자원봉사를 해오던 말 보호소에까지 악성 메시지가 쏟아졌다. 결국 그는 커뮤니티에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2011년부터 15년간 봉사해온 말 보호소에서 보안상의 이유로 퇴출됐고, 7년간 다니던 전기 회사에서도 해고됐다는 내용이었다. "좋아하고 열정적으로 지지했던 게임을 위해 즐겁고 생산적인 일을 하려 했을 뿐인데, 하룻밤 사이에 인생이 망가졌다"고 그는 썼다. 커뮤니티와 레딧, 게임 전체를 완전히 떠나겠다는 말을 끝으로 그는 사라졌다.
소니와 애로우헤드는 2026년 3월 5일 공식 디스코드를 통해 "폭력 위협, 괴롭힘, 독싱을 어떤 형태로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내고 챌린지를 중단시켰다.
개발사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한 사람의 생계와 일상을 파괴한 이번 사건. 더 씁쓸한 것은 정작 그 개발사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