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회 다음주 개막…성장률·군 인사·대미 메시지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다음 달 4일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5일에는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개막한다.
양회는 입법기관 전인대와 정책 자문기구 정협을 아우르는 행사로,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확정한 정책 기조를 공식화하는 자리다.
경제·재정 운용 방향, 국방비 규모, 중장기 발전 전략, 대외 메시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린다.
특히 올해는 2026∼2030년을 아우르는 15차 5개년 계획을 확정하는 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남다르다.
경기 둔화, 내수 위축, 부동산 침체, 청년 실업 등 구조적 난제가 누적된 상황에서 과학기술 자립, 첨단 제조업 육성, 공급망 안정, 민생 안전망 강화 등이 핵심 과제로 담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 경제성장률 '5%' 유지할까…심리적 마지노선 시험대
전인대 개막식에서 리창 총리가 발표할 정부 업무보고는 양회의 하이라이트다.
성장률 목표, 재정 적자율, 소비·부동산 대책, 국방비 규모 등이 담긴다.
중국은 최근 3년 연속 '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제시했고 실제 성장률은 각각 5.2%, 5.0%, 5.0%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이후 둔화세가 뚜렷해졌고, 미국발 관세 압박과 기술 통제, 부동산 경기 침체와 청년 실업 문제 등이 겹치면서 올해 여건은 더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31개 지방정부 중 20곳 이상이 올해 성장 목표를 하향 조정하거나 하단을 낮췄다.
특히 경제 규모 상위 10개 지방정부 가운데 8곳이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내렸다.
그럼에도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을 2019년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장기 목표와 15차 5개년 계획의 출발점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5%'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선 정치적·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성장 의지를 유지하되 '5% 안팎'처럼 유연한 표현을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강한 목표치를 고수하기보다는 정책 여지를 남기는 방식이라는 해석이다.
국방비 역시 주요 관전 포인트다.
중국은 2022년 7.1% 증액한 뒤 2023년부터 3년 연속 7.2%의 증가율을 유지했다.
군 현대화 기조와 대외 환경을 감안하면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군 수뇌부 공백…반부패와 권력 재정렬
장유샤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류전리 중앙군사위원(연합참모부 참모장)에 대한 후속 처리도 관심사다.
중국 군부가 지난달 심각한 기율·법률 위반 혐의로 이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공개한 만큼 남은 절차는 형식적 행정 수순에 가깝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양회 직전인 오는 25∼26일 열리는 회의에서 개별 대표 자격에 대한 임면안 심의를 안건으로 올렸다. 장유샤·류전리의 거취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전인대 대표는 헌법상 형사기소 면책특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대표 자격 박탈은 사실상 형사 처벌을 위한 마지막 절차로 해석된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024년에도 양회 직전에 친강 전 외교부장의 전인대 대표 자격을 박탈한 전례가 있다.
군 수뇌부에 대한 사법 처리는 비리 척결을 넘어 군 통제력과 지휘체계 재정비를 재확인하는 의미를 갖는다.
최근 잇단 군 수뇌부 낙마 속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한 '1인 체제'와 절대복종 기조가 더욱 강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내년 21차 당대회를 앞두고 사정 작업이 강화되는 분위기와 맞물려 이번 양회는 권력 재정렬의 안정성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 트럼프 방중 앞두고 대외 메시지…대만이 핵심
미중 글로벌 전략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양회에서 어떤 외교 기조를 천명할지도 관심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월 31일∼ 4월 2일 방중이 예고된 상황에서 관세·기술 통제·공급망 재편에 대한 대응 원칙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일방주의'와 '내정 간섭'을 비판하면서도 안정적 관계 관리의 필요성을 병행 언급해 왔다.
올해 양회에서도 '상호 존중'과 '충돌 회피'를 강조하면서 핵심 이익 수호 원칙을 분명히 하는 절충적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무기였던 관세 정책이 타격을 입은 상황이라 이번 양회에서 나올 대미 메시지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선명한 입장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최근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에 신중할 것을 촉구한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대만을 향해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식' 견지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대만 독립과 외부 간섭에 대한 반대를 강조하는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경제협력 확대와 문화교류 촉진을 병행 언급하면서 압박과 유화 메시지를 동시에 내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아울러 대만해협을 둘러싼 안보 구도 속에서 최근 관계가 급격히 경색된 일본을 향한 견제 메시지가 나올지, 지난해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던 한반도 문제가 거론될지 여부도 관심이다.
정재홍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연합뉴스에 "올해 양회는 성장률 목표 설정과 15차 5개년 계획 방향, 군 수뇌부 정리, 미중·양안 관계 설정 등을 통해 중국 지도부의 향후 5년 전략과 권력 구도의 안정성을 동시에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