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해도 둥지가 또"…대구·경북서 조류정전 피해 2배 증가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까치와 까마귀 등 각종 조류로 인한 정전 사고가 최근 3년 새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당국이 마땅한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대구 북구 한 주택가.
한국전력 대구본부 소속 직원들이 안전모와 작업복을 착용한 채 높이 14m 전봇대 꼭대기에 설치된 까치집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까치는 보통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12월부터 산란기인 이듬해 5월까지 전봇대 꼭대기 등 사람 손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 나뭇가지뿐만 아니라 공사장 등에 흩어져 있는 철사나 옷걸이 등을 이용해 둥지를 짓는다.
특히 전봇대는 나무와 달리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변압기 등 일부 설비가 따뜻하기 때문에 까치가 둥지를 짓는 장소로 선호하는 곳이다.
하지만 까치가 전봇대에 집을 지을 경우 둥지가 전선 일부를 감싸는 경우가 허다해 기상 상황에 따라 정전 사고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한전 측은 "까치가 전봇대에 집을 짓게 되면 비가 오는 날 둥지에 섞인 철사 등으로 인해 정전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고소작업차에 올라탄 한전 직원들이 전봇대 꼭대기에 접근해 2m가 넘는 절연봉으로 까치집을 털기 시작하자 도로 바닥으로 나뭇가지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약 10분 만에 까치둥지를 완전히 제거한 한전 직원들은 "까치는 한번 집을 지으면 같은 자리에 계속 짓는 습성이 있다"며 "아마 며칠만 지나면 까치가 여기 부근에 다시 집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까치 못지않게 도심에서 빈번히 목격되는 까마귀도 정전 사고를 일으키는 주요 조류로 지목된다.
다만 까마귀는 전봇대 꼭대기에 둥지를 짓는 대신, 전봇대에 설치된 각종 설비를 부리로 쪼거나 날개로 쳐 정전 사고를 일으킨다고 한다.
한전 측에 따르면 대구 도심 등에서는 까치 등 야생 조류로 인한 정전 피해가 해마다 반복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도심에서 엽사 등을 동원해 새를 직접 포획하기는 어려워 이를 막을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이런 탓에 대구와 경북 경주, 포항, 성주 등을 포함한 한전 대구본부 관할 지역 내에서 조류 영향으로 인한 정전 피해는 2023년 44건에서 2025년 87건으로 3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신 한전은 도심지 순찰을 하며 전봇대에 설치된 새 둥지를 철거하는 방법으로 대응 중이다. 특히 매년 12월∼5월까지를 조류 둥지 특별관리 기간으로 정해 관련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그나마 까치는 둥지를 철거해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나은 편"이라며 "까마귀는 포획이 효과적이지만 도심에서 엽사가 활동하는 건 어려워 일부 지역에서만 포획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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