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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美 공세 속 공정위 조사 길어져…인기상품 가로채기 조준(종합)

연합뉴스입력
3국 30여명 투입하고 포렌식도…컨트롤타워는 유성욱 조사관리관 김범석 동일인 지정 주목·자료 허위 제출 전력도 국민연금,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쿠팡 경영진과 대화 추진중
김범석 쿠팡 의장[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고유선 기자 =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조사가 3주 차로 접어든다.

2주가량 진행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는 양상이다. 그만큼 쿠팡의 불법 의혹과 쟁점 사안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쿠팡이 입점업체의 인기 상품을 사실상 가로채기했다는 의혹 등도 두루 들여다보고 있으며 위법 행위가 포착되면 심판대에 올린다는 구상이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지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으며 쿠팡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했는지 전원회의에서 심의한다.

이런 가운데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자 일부는 공정위를 비롯한 한국 규제 당국이 쿠팡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장외 공세를 펼치고 있다.

◇ 3국·30여명 투입해 3주째 현장 조사…포렌식 전문가도 파견

25일 관계 소식통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3일께 서울 송파구 소재 쿠팡 본사에서 시작한 현장 조사를 26일 이후에도 한동안 이어갈 계획이다.

조사는 시장감시국, 기업집단감시국, 기업거래결합심사국 등 공정위 조사관리관 산하의 3국이 실시하고 있으며 30명 이상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이 거의 전 국민을 상대로 대규모 유통업을 하고 있고 개인정보, 갑을 관계, 소비자 보호, 기업집단 등 여러 분야에서 논란을 일으킨 탓에 3국이 동시에 장기간 조사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공정위 직제에 따라 이들 국을 총괄하는 유성욱 조사관리관이 쿠팡 조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관리관은 공정위가 정책과 조사를 분리하기 위해 2023년 조직개편을 하며 신설한 1급 직위로 현재 쿠팡에 투입된 3국과 카르텔조사국까지 4국을 산하에 두고 있다. 유 조사관리관은 시장감시국장, 기업집단감시국장 등을 거친 조사통이다.

공정위는 쿠팡 본사에 포렌식 전문가를 보내 쿠팡 측의 입회하에 디지털 자료도 수집 중이다. 쿠팡이 처분의 절차와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공정위는 사건 절차 규칙 등에 따라 차근차근 자료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연합뉴스 자료사진]

◇ 인기 상품 가로채기 의혹 집중 조사…PB 문제 다시 심판대로

현재 공정위는 쿠팡이 입점업체가 인기 상품을 PB상품으로 출시하거나 직매입으로 전환하도록 강요해 사실상 가로채기했다는 의혹 등 작년 말 국회의 쿠팡 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사안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청문회에서는 쿠팡이 잘 팔리는 제품을 PB상품으로 내놓는 과정에서 입점한 판매자의 영업 데이터를 이용하거나 마진율이 큰 직매입 상품으로 판매 방식을 바꾸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청문회에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다른 사업자의 사업 방해 행위 혹은 거래상 지위 남용 이런 부분을 사실 확인하고 검토해 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고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을 때는 인기 상품을 가로채는 행위가 "약탈적 비즈니스"라고 꼬집기도 했다.

쿠팡은 자사 PB상품의 순위를 위로 끌어올리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2024년 1천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PB 상품 때문에 다시 심판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원회의 주재하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연합뉴스 자료사진]

◇ 김범석, 총수 지정될까…친족 자료 허위 제출로 경고받기도

공정위는 김범석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지 판단할 자료 수집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인 동일인은 원칙적으로 자연인을 지정해야 하지만 자연인이 없는 경우 예외적으로 기업집단의 최상단 회사인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다. 쿠팡은 예외 조건이 인정돼 현재 쿠팡 법인이 동일인으로 돼 있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동일인에 해당하는지 올해 더 면밀하게 살펴볼 계획이다. 관건은 친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하는지다. 주 위원장은 쿠팡 청문회에서 이와 관련해 "과거에는 경영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서 동일인 지정에서 예외 조건을 만족한다고 봤는데 이번에 다시 한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과 김 의장은 동일인 지정을 앞두고 공정위의 자료 제출 요구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아 제재받은 전력이 있다.

공정위가 2021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을 지정하기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김 의장의 친족 15명을 친족 현황에서 누락한 것이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보고 있었다. 공정위는 쿠팡 측과 김 의장이 빠뜨린 15명 중 7명에 대해서는 누락할 합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소회의를 거쳐 경고 처분했다.

문제의 7명은 제적등본만 발급해도 확인할 수 있는 데도 정당한 이유 없이 거짓으로 자료를 낸 것이라고 보고 2024년 11월 이같이 의결했다.

당시 공정위는 자료 누락이 경미한 사안이라고 봐서 쿠팡이나 김 의장을 고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일인 지정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자료 허위 제출이 되풀이되면 공정위는 고발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일인 지정 여부는 5월 발표된다.

증인 선서하는 로저스 쿠팡 대표(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025년 12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증인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배달앱 사건으로 전원회의에…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 첫 심판

쿠팡은 복수의 사건이 공정위 전원회의 혹은 소회의에 상정돼 있다. 특히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인 쿠팡이츠와 맞물린 사건이 전원회의에 2개 올려져 있다.

쿠팡은 쿠팡이츠 등을 끼워팔았다는 혐의와 입점업체가 자사를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대하도록 최혜 대우를 강요한 혐의를 각각 받고 있다.

공정위 심사관은 쿠팡이 와우 멤버십 이용자들에게 쿠팡이츠 알뜰 배달 서비스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인 쿠팡 플레이를 무료 제공해 결과적으로 끼워팔았다고 보고 사건을 전원회의에 넘겼다.

심사관은 거래 시장을 세분해서 보면 쿠팡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5조 1항에 규정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며 해당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배달 앱 시장으로 전이시킨 것이라고 규정했다.

쿠팡은 쿠팡이츠의 음식 가격을 경쟁업체보다 같거나 더 낮게 설정하도록 요구했으며 이 과정에서 역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했다는 것이 심사관 측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특정 기업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가 구체적 사건에서 쟁점이 될 때 비로소 판단한다. 쿠팡은 아직 이에 관한 판단을 받은 적이 없으며 배달앱 사건에서 처음으로 심판을 받게 될 전망이다.

만약 쿠팡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이며 그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전원회의에서 결론이 나면 공정위는 관련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일반적인 불공정거래행위(관련 매출액 최대 4%)보다 제재 수위가 높다. 정액 과징금의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의 2배인 20억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는 상반기 중에 전원회의를 열어 배달 앱 사건을 심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 쿠팡 측, 미국서 장외 공세로 '흔들기'…공정위 "법과 원칙대로"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사태 및 셀프 조사로 논란을 일으키고 국회 청문회에서 질타의 대상이 된 후 국내에서는 몸을 낮춰 이슈화를 피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대신 미국 측 투자자들이 한국 측의 쿠팡 조사 등을 문제 삼는 등 장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쿠팡에 투자한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를 조사하고, 관세 및 기타 제재를 포함한 적절한 무역 구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또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도 제출했다.

이들은 한국에 보낸 중재의향서에서 "한국 정부가 (쿠팡의) 한국 및 중국의 대기업 경쟁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쿠팡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김민석 국무총리가 쿠팡의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법 집행과 관련해 '마피아를 소탕할 때와 같은 각오로 해야 한다'고 정부 규제 당국에 촉구했다"고 주장했다.

일련의 대응은 쿠팡의 혐의를 해명하거나 반론하기보다는 규제 당국의 의도에 주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쿠팡은 그간 국내 당국과의 직접적인 법리 다툼을 김앤장을 중심으로 한 대형 로펌에 맡겼는데 이와 별개로 미국 측을 움직여 관계 당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조정실은 쿠팡 투자사들이 인용한 김 총리의 발언이 "전체적 발언 맥락과 무관한 자의적 편집과 의도적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 총리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 기업에 차별적 대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명료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미국 내 논란과는 거리를 두되 법과 원칙에 따라 조사하고 심판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쿠팡 문제에 관해 "글로벌 기업이든, 국내 소기업이든 관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상식적으로 대처하겠다"며 "국제 규범도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대응하면 되고, 또 대한민국이 주권 국가라는 점도 고려해 더 당당하고 정당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쿠팡 경영진과의 대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가 쿠팡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과 별개로, 기금운용본부 차원에서 해외 자문사를 통해 쿠팡 경영진과의 대화를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가 자산 운용 과정에서 수탁자 책임을 다하도록 한 민간 자율 규범)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sewonlee@yna.co.kr, cin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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