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늪'에 빠진 기획예산처…낙마해도 임명돼도 험로

(세종=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18년만에 새로 간판을 내건 기획예산처가 '수장 리스크'로 출발부터 동력을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초대 장관으로 지명된 이혜훈 후보자가 각종 의혹들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해소하지 못하면서 임명 강행 또는 낙마, 어떤 선택지에서도 조직 전반에 후유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관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이혜훈 후보자 임명 또는 지명철회(자진 사퇴)를 놓고 관측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그동안 가급적 임명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인사청문회를 기점으로 의혹들이 되레 커지면서 예단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위기다.
보좌진 갑질·폭언, 영종도 투기, 수십억원대 반포 아파트 부정청약, 자녀 병역·취업 특혜 의혹들에 더해 장남의 연세대 입학을 둘러싼 '할아버지·아빠 찬스' 의혹까지 새롭게 터져 나온 탓이다.
결혼식을 올린 장남 부부의 '위장 미혼'으로 부양가족을 늘려 반포 원펜타스 청약에 당첨된 경위와 관련, 장남이 곧바로 파혼 위기라 혼인신고를 못 했다는 취지로 해명하는 과정에서는 의원들의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배우자가 연세대 주요 보직을 맡았을 당시, 시아버지인 4선 의원 출신 김태호 전 내무장관의 훈장을 내세워 장남을 '사회기여자 전형'에 합격시킨 것은 국민 뇌관을 건드리는 입시 특혜라는 점에서 여진이 잦아들기 어려워 보인다.

보수 인사를 등용해 '통합' 취지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의 인선 취지를 고려한다면 임명강행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이 후보자가 이미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만큼, 장관직에 오르더라도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상당 기간 각종 의혹 규명과 수사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전 부처와 조율이 필요한 '예산재정 컨트롤타워'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각 부처의 반발을 수반하는 지출 구조조정과 재정개혁에는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이 부분에서 성과가 나지 않으면 적자국채 발행을 최소화하면서 확장재정의 재원 마련이 절실한 정권에도 부담으로 돌아갈 공산이 있다.

기획처로서는 후보자 낙마 또한 상당 기간 후유증을 예고한다.
강한 정책 드라이브가 요구되는 출범 초반에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 장관급 판단과 정치적 조율이 늦어지면서 주요 현안들이 줄줄이 정체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예산편성지침, 재정전략회의 등 핵심 예산실무 준비에서도 장관급 톱다운 동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기획처 내부의 주요 인사도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한 관계자는 "조직으로서 길게 본다면 리더십을 갖춘 새 수장을 맞는 게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정책적으로 존재감을 확보해야 하는 초반 공백이 너무 길어진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관가에서는 자연스럽게 노무현 정부 시절 옛 기획예산처와 대비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시 기획처는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예산 편성과 재정개혁을 주도하며 '실세 부처'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달리, 현 기획처는 출범 초기부터 수장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며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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